<칼럼>생존의 방법
김서련/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23일
 |  | | ⓒ 웅상뉴스 |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산은 붉게 물들고 햇살은 맑고 투명하기 그지없다. 쓸쓸하면서도 화사한 가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은 마음껏 즐기면서 보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도 힘겨운 사람들에겐 가을은 겨울로 가는 길목일 뿐, 즐길 시간도 여유도 없다.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구할 것인가. 걱정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 21일 한 대학생이 도시철도 선로에 떨어져 숨진 일이 발생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하루 최소 3개의 과외를 하면서 스스로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했던 젊은이였다. 친구들과 술자리도 대학 생활을 즐기지도 못하고 주말에도 늦게까지 일했지만 부모한테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던 그가 왜 갑자기 선로에 뛰어들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까.
요즘 대학생은 예전처럼 낭만을 구가하는 대학생이 아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어학연수도 가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취직을 할까 말까할 정도로 취직의 문은 좁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그에겐 별도로 취직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테고 그것이 그에게 무거운 압박감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현실이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개천에 용이 난다는 말도 있듯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자식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을 하면 잘 살 수 있었다. 이미 옛날 말이다. 요즘은 돈 많은 집 자식들이 공부도 잘하고 좋은 데 취직을 한다. 공부하는데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그래비티’란 영화를 봤다. 소리도 빛도 없는 망망한 우주에서 미아가 된 산드락 블록의 생존 투쟁을 그린 재난 영화였다. 산드락 블록은 우주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중 인공위성의 잔해와 충돌하고 우주에 표류하게 된다. 함께 일하던 조지 클루니가 우주 속으로 사라지고 우주 정거장에 불이 나고 또다시 위공위성의 잔해와 부딪치는 둥 끊임없이 재난이 닥친다. 열심히 난관을 극복하던 그녀는 소유즈에 연료가 없자 절망에 빠진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던 그녀는 딸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낸다. 마침내 그녀는 무사히 난관을 극복하고 지구로 귀환하여 스스로 땅을 딛고 일어선다.
이처럼 현실은 재난의 연속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문제와 부딪치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살아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을 테고 구조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우주 속에서 미아가 된 듯 거대한 사회적인 벽에 부딪쳐 혹은 개인적인 벽에 부딪쳐 희망이 안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도 우리는 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왕 살 바엔 잘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달리 방법이 없다. 산드락 블록처럼 생의 의지를 가지고 두 발을 땅에다 굳건하게 붙이고 일어설 수밖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한 발 한 발 조금씩 걸음을 옮길 수밖에. 그런 과정이, 아무리 절망에 빠져 있더라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약력:199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제8회 부산소설문학상(2003), 제11회 김유정문학상(2005) 제12회 산악문학상(2006) 수상. 요산창작기금 받음(2012) 소설집 '슬픈 바이러스' 발간(2009)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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