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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빛난다’/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9월 26일
ⓒ 웅상뉴스
만약에 우리가 색채를 잃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빛을 찾아가야한다. 우리는 빛의 반사로 색을 인식하는데, 결국 색채를 잃었다는 것은 빛을 잃었다는 말과 같다. 그것은 몰개성화되어 빛을 반사해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즉 색채를 잃은 존재들의 초상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색채를 잃은 인간 군상이 모여 있고 사회 전반에 팽배하게 드리워진 정서는 허무와 무기력이다. ‘모든 것이 빛난다’의 저자인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는 바로 이런 현대인의 실존 상황인 허무와 무기력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들이 현대인의 허무와 무기력의 원인으로 살펴보는 것은 두 가지이다. 바로 서양 중세시대의 ‘유일신 전통’과 계몽주의가 추구한 ‘개인의 자율성’이다. 이 두 가지 전통 모두 의미의 생산이 한 곳에서만 이루어진다고 환원한다. 바로 창조주 유일신과 자율적인 개인의 내면이다. 유일신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절대자로 도저히 그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존재다. 자율적인 개인은 어떤가? 그에게 주어진 선택의 책임은 너무나도 크고 무겁다. 이런 투쟁의 모습과 대안적 가능성이 비근하게 묘사된 것이 ‘모비딕’이다. 모비딕은 흰 고래로 표상되는 유일신과 에이헤브 선장 개인의 처절한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 결국 ‘모비딕’이 흰 고래와 에이헤브 선장 모두 바다로 가라앉히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저자들에 의하면 양쪽 모두 의미 찾기는커녕 허무와 무기력을 낳았을 뿐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허무와 무기력의 상태와 그에 대한 대안을 다양한 서양 고전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철학자가 성찰해내는 것은 일상의 ‘모든 것은 빛난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빛나는 순간들과 조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고대의 ‘다신적 사고’와 유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의미는 신이 부여하거나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빛나는 일상 속에서 무수한 신이 던져주는 의미의 떡밥을 냉큼 물어버리라는 것이다.

색채를 찾는 것은 바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의미를 찾으려면 결국 모든 것을 광원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우리가 만약에 색채를 찾기 위해 순례를 떠난다면 바로 그것은 빛을 찾는 순례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빛난다’고 하는 지점이 바로 거기일 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뉴욕타임스’가 유례없이 세 번이나 리뷰를 실으면서 ‘2011년 최고의 책’이라 평가했다. 저자들은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찬양하는 ‘개인의 자율성’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매일처럼 겪고 있는 삶의 불안과 무기력증, 허무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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