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마음의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9월 05일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결정될까. 실제적인 자신의 생각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나의 정체성은 ‘타인의 마음에 있는 나의 이미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유혹이다. 상대방을 유혹한 이미지다. 이처럼 인간들은 살아 있는 한 유혹의 상호작용 안에서 산다.
어떤 여배우는 ‘여배우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배우는 세상 모든 남자가 자신과 자고 싶어 해야 한다. 그 눈빛을 싫어한다면 여배우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눈빛이 희미해져도 여배우의 존재감은 사라지게 된다.” 비단 유혹은 여배우만의 일은 아니다. 서점에 가면 유혹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주변을 유혹한다는 걸, 유혹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혹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객을 사로잡는 유혹이라니 유혹받는 대상을 고객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혹은 일방적인 흐름이 아닌 쌍방의 상호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 고객은 유혹의 대상이 아닌 주체는 아닌지.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고객 민원이라는 것이 상대방을 유혹하지 못한 좌절감의 표현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인간들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주변을 유혹하며 살아간다. 살아가는 목적이 혹시 유혹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유혹을 심리적으로 정의하면 사회적 참조, 즉 소셜 리퍼런싱(social referencing)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 마음에 비추어진 나’를 통해 내 모습을 느끼는 것이다. 스스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나의 정체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감성적 통증이 정체성이 흔들릴 때 느끼는 불안감이다. 그 불안감이 극단적으로 갈 때 자해, 자살 같은 문제 행동을 야기한다. 스스로 상해를 하는 그 느낌에서나마 자신의 가치를 느끼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혹은 내 존재를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반응이다.
유윤대현 교수는 "열심히 일하고 인내하면서 성취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우리 머릿속 프레임 안의 단단한 알고리즘은 반쪽자리 진실이다. 성취의 콘텐트와 그 성취를 즐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금 가졌어도 더 그것을 향유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대표적 성과물인 돈과 사회적 지위가 오히려 행복을 방해하기 일쑤다. 유혹을 자꾸 돈과 힘으로만 하려 하기 때문이다. 파워를 이용한 유혹은 상대방을 기계로 만들 수밖에 없다. 돈으로 여자의 웃음을 사는 것도 이젠 싫다라고 말한 잘나가는 40대 중반 기업가의 상담 내용이 서글프다. 돈을 위해 웃음을 지어주는 그녀들도 안타깝고 더 이상 그 웃음에 반응하지 못하는 그 남자의 감성도 안타깝다. 열심히 일하고 성취했는데 그 돈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유혹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60세 넘어서의 삶을 덤으로 사는 삶이라 생각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러나 언제 죽는지를 모른다. 그러다 보니 젊었을 때는 죽지 않는 것처럼 겁 없이 살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삶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내가 정말 근사하고 사랑받고 있는 존재이며 가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엄청난 불안감에 싸이게 된다.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건강 염려에 빠지게 된다. 이대로는 죽을 수 없는 것이다. 아니면 더 돈에 집착하게 된다. 내 마음의 부족이 내가 힘이 없어서인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스스로를 욕심쟁이 늙은이로 만들게 된다. 사기꾼은 주변에 늘어나지만 정말 마음 주는 이는 주변에 없다. 구두쇠는 상대방을 유혹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만약 누가 내게 자본주의를 정의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겠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는 없다. 그러나 표현할 수는 있다.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는 것, 자본주의에선 ‘절대 선’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따라서 마음 속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아름답게 비추어질 때 찾아온다. 그것을 잊지 마자.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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