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의 힘
소설가/김 서 련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08일
 |  | | ⓒ 웅상뉴스 | ‘푸른 낙오자’란 별이 있다. 별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구성 성단 중심부에서 발견되는 푸른 별. 별이 서로 충돌하거나 두 개의 별 사이에 물질이 이동함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새로운 물질의 유입은 별을 가열시켜 이웃한 다른 별에 비해 더욱더 젊게 보이게 한다.
충돌, 유입, 이동, 가열….
나는 천성산을 휘감고 있는 비구름을 보면서 몇 번이고 그 말을 입속말로 중얼거린다. ‘충돌’ 그랬다. 지난 해 1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나서부터 나는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 혹은 상황들과 충돌했다. 그동안 커다란 우산 속에서 보호를 받고 편하게 살았다면서, 작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고 나를 면박했던 지인의 말에 그렇지 않다고, 나름 충분히 힘들었다고 화를 내곤 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말을 절감하고 있다. 문인들만 만나고 오로지 소설만 쓸 때의 시간은 불순한 물질이 끼어들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 시간은 나의 일생에서 두 번 다시 누릴 수 없는 자연스럽게 행복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첫 발을 디딘 곳이 하필이면 세상과 정면 대결해야 하는 신문사였다. 꼭 필요한 구성원만 있는 작은 신문사이지만 여기저기 취재도 하고 기사를 썼다. 그동안 일부러 눈감고 보지 않은 것들을 봐야 했고 불순한 세상과 대결도 하고 협상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지난 주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나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지인과 정면으로 충돌을 일으켰다. ‘관계’를 정립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일어난 충돌이었다. 비정한 세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인은 모든 관계를 비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비정한 현실이었다. 내 가슴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것은 날카로운 칼로 변해 심장에다 깊고 깊은 상처를 냈다. 쏟아지는 핏물을 틀어막으며 ‘사케’를 마셨고 생각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공자는 평생 4가지를 하지 않았다. 바로 意,必,固,我!!! 무슨 일인지 확실하지 않는데, 미리 나서서 어떤 사람의 행동을 지레짐작으로 억측하는 의(意),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내리는 필(必),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고(固), 매사를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아(我)를 버렸다. 그리고 공자는 말했다. 사람의 행동의 기준은 의(義)라고.
그렇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내 가치관은 사사로운 나의 견해를 바탕으로, 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었다. 난 공자의 말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지인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지인의 말대로 비정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즉 지인과 충돌함으로써 지인의 생각이 내게 유입되었고 그것은 내 안에서 가열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비정한 현실을 인지했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비구름이 옅어지면서 드러난, 수천 년 동안 굳건하게 제 자리를 지켜온 천성산. 그렇게 현실에 깊게,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워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영화 ‘월드Z'의 마지막 장면에 브래드 피트가 한 말을 떠올린다. 그처럼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까. 대답은 딱 하나 그렇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다. 제대로 살아가려면 현실 속으로 들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직면한 것들과 충돌하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싸우다보면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순수해지지 않을까.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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