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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십 분간의 여유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18일
ⓒ 웅상뉴스
여행이란 무엇일까. 하루 24시간 주어진 시간 동안 매일매일 틀에 박혀 살다가 낯설은 곳에서 새로운 나와 대면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나는 열흘 정도 터키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하루 미지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드넓은 평원에서 실크로드의 흔적도 보고 광활한 고원지대인 카파도키아에서 암석을 파고 들어가 만든 수도원과 동굴집도 보고 무슬림의 박해를 피해 그리스도인들이 숨어살던 지하 20층 규묘의 지하도시도 봤다.

터키의 여행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좀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 여행지를 검색해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밀린 일 때문에 정보는커녕 여행사에서 보내 준 프린트물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았는데,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고 비싼 요금 때문에 아예 차단시켜 놓았다.

그때는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나 영화, 말로 단편적인 정보로만 알고 있던 터키는 그만큼 내게 낯설게 다가왔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날 때마다 와, 감탄사를 내뱉고 설레는 가슴으로 그 모든 걸 눈으로 담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바라본 터키는 광대하고 여유롭고 정이 많았다. 도시나 시골이나 어딜 가도 눈에 띄는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좋았고 하루 종일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바라봐서 좋았고 고장난 버스 대신 다른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나절 보낸 찻집의 한가함은 아마도 평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았다. 젊은 여자와 함께 사는 늙수그레한 찻집 주인 남자는 홍차가 떨어질 때마다 찻잔에 부어 주었고 느티나무의 서걱거림과 반짝이는 햇빛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을 발견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유였다. 불과 한나절이었지만 그건 일생의 관조하는 여유였다.

그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하루 24시간 풀 가동시키고 있다. 새벽 5시부터 밤 12시가 되어야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든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삭막해지고 때론 경직되기도 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한순간 변하면서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댄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여행을 가야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여유있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간간이, 아니 단 십 분이라도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그 순간에 집중해보자. 십 분이 한 시간이라도 되듯 긴 여유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소설가 김서련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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