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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산책>/‘연애의 온도’/대체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12일
ⓒ 웅상뉴스
‘연애의 온도’는 한 마디로 새롭다. 달콤한 사랑 얘기가 아니다. 사랑의 밀어 대신 흔한 구어체의 디테일한 대사를 사용한다. 그러니까 생활형 멜로 영화에 정확히 부합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연인의 결별과 해체로 시작된다. 3년째 비밀 연애를 해 온 직장 동료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은 지금 막 헤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본격적인 커플의 전쟁이 시작된다. 언제 우리에게 사랑의 설렘을 느꼈던 시절이 있기나 했느냐는 듯 헤어진 연인에게 남은 건 치졸함뿐이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터너가 죽자고 부부 싸움을 하던 ‘장미의 전쟁’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선물했던 노트북은 부서져 되돌아오고 호의로 줬던 돈은 모두 빚으로 셈해진다. 연애 사실을 쉬쉬했던 동료들이 보는 가운데 머리끄덩이를 잡고 “너 같은 미친×은 정말 처음”이란 욕설에 “이런 개 같은 ××가”라고 화답하는 추태도 불사한다.

상황이 과장되어 연출되긴 했지만 동희와 영의 연애는 결국 연애 한 번 해 본 사람들에겐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연애담이다. 물론 볼 장 다 볼 것 같았던 둘의 연애에도 낭만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둘 사이의 관계도 시시각각 변한다. ‘연애의 온도’의 재미는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커플의 온도를 빠짐없이 측정해 나가는 데 있다.

영화는 현실의 연애를 얼마나 가감 없이 보여주느냐에 주력하고 있다. 동희와 영의 싸움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전반부의 코믹한 분위기를 제외하곤 ‘연애의 온도’는 굉장히 사실적인 연애를 보여주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사내 비밀 연애, 불륜, 원 나잇 스탠드 같은 포장하지 않은 현실적인 연애의 모습을 속속 보여준다. 이를 다루는 방식은 전반부의 코믹한 톤에서 벗어난 진지하고 가라앉은 톤이다. 스토리의 전개 사이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방식의 인터뷰 컷 역시 사실감을 더해주기 위한 재미있는 시도다. 그리고 이 분위기에 일조한 이민기와 김민희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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