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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나의 이야기> 봄비 내리는 밤....

<달콤쌉싸름한 나의 이야기>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18일
ⓒ 웅상뉴스
문득 고개를 드니 유리창에 빗방울이 쭈르륵 미끄러지고 있다. 그런 장면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뭔가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한참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걸 바라본다. 오후 늦게 작업이나 할까 싶어 카페에 왔지만 틈틈이 딴 짓만 하고 있던 중이었다. 폐이스북도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문자도 보내고 뉴스를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한 기사가 내 마음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였다. 징역 7년이 중형이라니. 속에서 뭔가 치밀어올랐다. 보호해야 할 딸의 인생을 망가뜨린 댓가치곤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일평생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내내 성폭력 기사를 검색했다. 아버지가 딸을, 삼촌이 조카를, 오빠가 여동생을, 남학생이 여학생을, 낯선 아저씨가 여자애를, 여러 명의 남자애가 여자애를 성폭행한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어딜 성폭력뿐인가. 폭행과 폭언 또한 얼마나 많은가. 주로 신체적으로 힘이 강한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를 제물로 삼았다. 굳이 뉴스를 볼 것도 없다. 나는 어떤가. 따지고 보면 나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폭행만 폭력인가. 폭력의 형태는 다양하다. 언어폭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잣대에 의해 정신적으로 훼손을 당한다. 실제로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비참한 심정이 되는지 알고나 있을까.

왜 이런 말을 하느냐고. 현재 내가 쓰고 있는 글이 폭력에 관계된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나는 어떤 모임에서 오래 전부터 지면으로 알고 있던 K를 만났고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좀 친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말을 붙였다. 평소에 누구에게나 던지는 말이었고 별 의미도 없는 말이었는데, 느닷없이 K가 벌컥 화를 내며 언어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그때 나는 순했고 무슨 일이든 애써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편이었다. 서로의 생각 차이에서 벌어진 오해이거니 하고 묻어두기로 한 그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멸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지금은 희석되어 K를 만나도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내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어떻게 보면 그건 단순한 폭언이었다. 감정이 북받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폭언. 하지만 그런 폭언이 때론 상대를 사람이 아닌 존재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단순한 폭언이 그러할진대 폭행은 어떨까.
바르게 행동한다는 건 참 어렵다. 타인으로부터 인간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산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의 자존심을 짓밟는 언행을 할 수도 있고 더러 당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 자신만의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발생하지만.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떠올렸다. 2004년 밀양의 한 여중생이 44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비슷한 또래였던 미성년 가해자들은 성폭행을 저지르는데 그치지 않고 여중생의 모습을 휴대전화와 캠코더로 촬영해 협박의 도구로 사용했고, 이러한 범죄는 1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돈 크라이 마미>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성범죄 사건, 그 중에서도 미성년 가해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던 엄마는 여고생 딸이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던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엄마는 복수를 한다.

이처럼 폭력은 폭력을 불러 일으킨다. 만약에 누군가 내 딸을, 나를 폭행한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사람이 아닌 버러지로 전락시킨다면 어떻게 할까. 폭력으로 인해 자존감을 상실하고 무가치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봄비 내리는 밤, 나는 그동안 스스로 눈을 가리고 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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