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산책'/'스토커'/잔인한 본능을 일깨운 18세의 성인식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05일
 |  | | ⓒ 웅상뉴스 |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음울했다. 18세가 된 인디아는 발랄함과 거리가 멀다. 그녀의 몸짓, 눈짓, 표정에서는 내내 음침한 기운이 뿜어져나온다.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내내 들었다. 그녀의 생일날, 아버지, 리차드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장례식 날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온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삼촌이었다. 그는 훈남이지만 그 또한 묘한 기운을 뿜어낸다. 남편의 죽음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던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은 젊고 다정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아준다. 하지만 인디아는 학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기도 하고 주위를 맴돌며 친절하게 구는 삼촌 찰리를 경계하고 멀리한다. 하지만 피아노를 함께 치면서 점점 알 수 없는 힘에 끌린다. 찰리와 다투던 가정부 아줌마가 사라지고 집을 방문한 숙모는 찰리를 보고 깜짝 놀라며 엄마와 인디아에게 뭔가 알려주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찰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찰리는 숙모를 허리띠로 목졸라 죽이고 인디아를 성폭행하려는 남자애의 목을 인디아가 보는 앞에서 부러뜨린다.
그날 밤 인디아는 온몸에 묻은 진흙을 씻어내면서 자위 행위를 한다. 그리고 두터운 막을 깨뜨리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잔인한 본능과 마주친다. 이 영화는 그랬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잔인한 본능을 다루고 있었다. 어릴 적 동생을 생매장한 찰리의 잔인한 본성을 인디아에게서 본 아버지는 그녀에게 사냥을 가르쳤다. 사람을 죽이는 대신 동물을 죽이게 했다. 찰리는 그녀 앞에서 사람을 죽임으로써 그녀의 내면에 숨어 있는 잔인한 본성을 꺼냈다. 그게 바로 인디아의 색깔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내면에 존재했던 본성이었다.
인디아의 18세의 생일은 그녀 안에 잠재하고 있는 잔인한 본성을 깨닫는 성인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엄마를 목졸라 죽이려는 찰리를 총으로 쏴 죽이고 집을 떠난다. 그녀만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 장면의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난 색깔을 찾아요...만찬이 끝나면 다른 만찬이 나를 기다려... 오, 이것은 열망, 나는 완전해지고 싶어.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되었지. 하지만 새장이 없다면 자유도 없는 거야. 네가 무엇이 되든 다른 걱정 마. 바로 그게 네 모습이야.' 그렇다, 노래말 대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든 그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러니까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아무튼 핏줄에 대해서,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본능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본 영화였다.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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