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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사 산행/ 만추의 절정을 온몸으로 느끼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23일
ⓒ 웅상뉴스
얼마 전, 삼랑진 역에서 만어사까지 왕복 16킬로을 걸었다. 산행 대장이 만어사까지 걸어갔다고 돌아온다고 해서 속으로 지레 짐작했다. 절이 보통 산기슭이나 산중턱에 있으니 걸어봤자 서너 시간 걷겠구나. 근데..우째 된 판인지 삼랑진 역에서 만어사로 올라가는 길은 걸어도걸어도 끝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건 길이 완만한 경사였다는 것이다. 한적한 도로 변 나무들은 이미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산들은 울긋불긋...불타오르고 있었다. 황금빛 햇살과 황금빛으로 타는 나무들... 황금빛으로 빛나는 완연한 가을이었다.
뭘 하나 먹더라도 구도를 찾는, 중년 작가인 박 선생님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들판 한가운데에 가방을 내려놓고 빙 둘러 앉아 장 선생님이 좌동 야시장에서 사온, 싱싱하고 야들야들한 문어와 단감을 안주로 동동주를 마셨다. 김기덕이 그림 공부를 해서 영화를 잘 만든다니, 미술 공부를 한 사람들이 영화판에 잘 뛰어든다니. 앞으로 영화를 꼭 한 편 찍고 싶다니. 이런저런 화제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동동주 4병 중 3병을 작살냈다. 밀양동동주는 생탁과 달리 약간 달작지근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모두들에게 반응이 좋았고 1병으로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낼련지 걱정했지만 산속으로 들어가서 먹은 점심 시간에는 의외로 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선생님, 고개 들어 보세요. 찰칵, 찰칵. 카메라를 들이댈 정도로 멋진 포즈로 끓인 산행 대장의 커피엔 깊은 가을의 정취가 듬뿍 담겨 있고...여기저기 서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분위기 있었다.

ⓒ 웅상뉴스
만어사으로 올라가는 길...수많은 크고 작은 돌들이 드러누워 있었다. 유익서 샘의 소설이 생각났고 만어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의 신통한 스님을 찿아가 새로 살 곳을 부탁, 스님은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이 있는 곳이라 일러주었고,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고기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 왕자가 머물러 쉰 곳이 바로 만어사라는 것. 그 뒤로 왕자는 큰 미륵돌로 바뀌었고 고기들은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나.
박 선생님이 돌을 두드려본다. 맑은 소리가 나나 안 나나. 만어사의 돌에 대해선 익히 들었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산 위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산 아래 계곡에도 수많은 돌들이 드러누워 있었다. 마치 잘 빠진 물고기들이 떼지어 산으로 향해 올라가다가 한순간 멈춘 듯하다. 돌밭을 지나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있는 산길을 지나 산 정상 바로 밑에 자리를 잡은 만어사에 도착했다. 미륵불이 턱 버티고 있고 그 아래로 돌들이 누워 있는 형세다. 마당 한구석 단풍은 붉게 타오르고 우리는 잠깐 둘러보고는 이러다가 해 떨어지겠다면서 하산을 했다.
터벅터벅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묵언수행이다. 막 넘어가려는 해가 내뿜는 빛은 노랗게 물든 나무와 낙엽과 어울러져 안온한 황금빛으로 빛났고 그 속으로 걸어가는 모습들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아, 그저 너무 아름답다는 말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 웅상뉴스

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뒷풀이다. 삼랑진 역 광장 정자에서 우리는 오뎅과 떡볶이, 라면, 동동주,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초승달이 떠 있고... 1시간의 뒷풀이가 아쉬웠는데..다행히 조금 빠른 출발에 플랫폼에서 한참 얘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깊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서….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2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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