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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바람꽃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1년 02월 19일
변산 바람꽃
계절 봄은 `보다(見)` 라는 동사의 명사라고 하던가. 설한의 겨울은 무채색으로 잠들어 볼 것이 없는 계절이다. 바야흐로 그 계절 끝으로 대지를 간질이며 지금 봄이 깨어나고 있다.

지상은 아직 남은 추위에 몸 사리고 있을 때 야생화 복수초, 변산 바람꽃 여린 줄기는 과감히 지구를 뚫고 올라서 꽃을 피운다. 동장군이 미처 비켜서지 않은 계절 속으로 순하고 여린 꽃잎이 전령사가 되어 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계절 하나를 끌고 오는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 앞에 설레지 않는 가슴이 몇이나 되겠는가. 겨울이 뒷자락을 거머쥐고 떠날 채비를 할 때쯤이면 필자는 이른 봄꽃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설렘의 촉수를 세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몇 해 전까지 우리 지역 근교 울주 삼동에서 복수초 변산 바람꽃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었다. 해마다 개체가 줄어들어 이젠 아주 적게 남았다. 게다가 자생지 주변 개발로 인해 복수초의 땅은 사라져 버린 지 몇 해다. 얼마 전 찾아간 꽃들의 자리에는 변산 바람꽃 몇 송이만 창백한 얼굴로 맞았다. 열악한 이 땅에 다시 돌아와 준 것이 고마웠다.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만 변산 바람꽃의 고운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울산 주전 바다를 낀 한 마을의 뒷산 비탈도 해마다 변산 바람꽃과 복수초를 만나러 가는 곳이다. 이곳도 역시 점점 개체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비탈 군데군데 말갛게 피어나 고결한 모습으로 맞아주는 변산 아씨(변산 바람꽃의 애칭)와 복수초를 그나마 편히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 땅에선 꽃들의 순한 명령에 따라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오체투지를 한다. 이런 의식을 치러야 비로소 꽃은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마치 눈이 온 듯 여린 꽃 주변이 하얗다. 누군가가 가루얼음을 가져와 꽃 위에 부어 마치 눈 속에서 핀 것 같이 사진 연출을 했나보다. 인간의 이기다. 원하는 사진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꽃들이 겨우내 덮고 있던 낙엽 이불을 사정없이 걷어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구도가 맞지 않다고, 오로지 혼자만 담겠다고 타인은 찍지 못하게 꽃을 뎅겅 꺾어버리기도 한다는 오만불손한 인간들이다. 대신해서 꽃들에게 사과를 한다.

`덧없는 사랑` `비밀스러운 사랑` 변산 바람꽃의 꽃말이다. 변산 아씨의 사랑이 인간의 이기로 `덧없는 사랑`이 되지 않고 오래 `비밀스런 사랑`으로 남을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미쳐야지 미치지 않고/얼어붙은 겨울 강/여린 발로 차마 저며 밟고 오랴//기다리는 이 없으면/보고 싶은 맘 홀로 달려가면 될 일//설한 바람 비껴선 자리/하늘을 받치고 일어서/순한 숨결로 대지를 깨우고/낮은 별로 떠 반짝여야지//봄에 미쳐/첫 봄에 미쳐 (졸시–변산 바람꽃)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1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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