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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小都) 예찬.

김백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7월 22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나도 명색이 꽃이랍니다 / 꽃이 되었으나 / 그 흔한 꽃 중에서 하필 / 개망초꽃이라니요
손사래 치진 마세요 / 길가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 웃기만 하는 / 그런 헤픈 꽃 아니랍니다 /그래도 여름 오고 때 되면 / 철길 너머 아슴히 사라지던 / 엄니 하얀 무명수건 같은 / 희디 흰 꽃 피울 줄 안답니다 / 누가 날 식구라 여겨 / 땅뙈기 한 뼘 떼어 준 적 있나요 /그래도 척박한 가난을 등쳐 업고 / 살면서 살아오면서 / 밟히고 채이고 넘어져도 / 외롭게는 살지 말자고 / 무더기무더기 지천으로 피웠네요 / 손사래 치진 마세요 / 여름날 뙤약볕 끌어안고 / 웃기만 하는 / 속조차 없는 꽃 아니랍니다.
김백의 <개망초 꽃 >

아직 잠이 덜 깬 여름 숲은 상큼합니다. 프로이드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듯 발길은 아무렇게나 갑니다. 침엽수 사이를 비집고 내리는 아침이 신선합니다. 따악 따악 탁발하듯 딱따구리 소리가 숲을 깨우면 지난 밤의 노스탈쟈는 이슬을 털고 일어섭니다.
마알간 햇살에 어린 벼들이 꿈을 키웁니다. 물자라 민달팽이 논고동이 부지런히 몸집을 불리고, 무논바닥을 탐색하는 백로 한 쌍 눈이 부십니다. 푸른 카펫 위를 사뿐사뿐 걷는 저 우아한 몸짓, 오 ! 생각납니다, 파스르의 독무 백조의 호수. 그날의 러시아 붉은 광장은 밤빛이 너무도 현란했습니다. 불빛에 휩쓸려 볼쇼이 극장까지 정신없이 걸어갔던 일, 극장앞 분수대 벤치에서 ‘백조의 호수’ 막회를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정경’에 그만 혼절해 버릴 것 같았던 일, 아 저리도 낮은 저음의 하프 멜로디의 애절함이라니... 그렇습니다. 감동에 사로잡힌 이방인들처럼 선율 속에 흐르는 낯선 철새들도 어디엔가 알을 낳고 새끼를 치며 일가를 이룰 것입니다. 그날 나는 굳이 극장엘 들어가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소도 (小都) 의 아침은 이렇게 명상으로 오나 봅니다.
오늘도 우체국엘 가서 누군가 그리운 이에게 안부를 부칠 것입니다. 은행 자동화기기 앞에 서서 돋보기를 쓰고 깨알 같은 납부고지서를 읽으며 단골병원 의사와 내 몸의 안녕에 대해 한 바탕 기싸움도 하고 마트에 가서 가벼운 쇼핑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엔 음악동아리들과 악기를 연주하며 또 하루치의 일상을 보낼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차를 타지 않고도 걸어서 1시간 이내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웅상이라는 소도의 매력입니다.
현대를 사는 타인들, 즉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홈이란 어떤 곳일 가요. 어떤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을가요. ' 어찌 어찌 살다 보니 이 곳이더군‘ 이런 게 좀 더 쉬운 답이 아닐까요.
정주(定住)의 본질이란 일상의 공기를 마시는 일입니다. 엽서의 색이 바래지듯 기억이 지워지고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져도 공기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 것, 삶의 품격은 이 일상의 공기 질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소도의 공기 질은 분명 다릅니다.
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고 신성한 숲과 산과 작열하는 바다를 지척에 품고 있으며 갖가지 꽃을 피우는 맑은 강이 도심을 가로 지르고, 도서관이며 체육공원과 산사로 오르는 고즈넉한 사색의 소로가 손바닥 안에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웅상의 공기질인 것입니다.

↑↑ 김백시인
한국시인 연대 이사
계간문예 중앙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산시인 협회 회장 역임
웅상신문 고문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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