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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스토리텔링, 웅상의 미래를 바꾸다/우불산성

웅상사람들, 사력을 다해 왜군에게 맞서다
전설처럼 나타난 백발노인, 글쓴 종이 날려 왜군 무찔러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6년 10월 14일
ⓒ 웅상뉴스
동래성이 함락됐다.

1592년 동래성이 무너지자 웅상은 분주해졌다. 동래성을 함락한 왜군들은 울산을 가기 위해서 반드시 웅상을 거쳐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왜군들을 막지 않으면 울산도 무너질 것이다. 장정은 물론 아녀자와 노인들 모두들 나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왜군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웅상을 지켜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왜군을 막아야 한다고 결의에 차서 말했다. 조선 왕조 선조 25년(1592) 4월 13일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하면서 시작된 임진왜란에 웅상도 비껴갈 수가 없었다. 14일 부산진성에 이어 이튿날 동래성을 함락시킨 왜군은 마치 질풍처럼 우리나라 강산을 덮쳤다.

그들은 전쟁에서 단련된 집단전술과 신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한 대병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쟁태세를 전혀 갖추지 못한 형편이었다. 관군의 무력으로 나라가 왜군에게 짓밟히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전국에서 의병들이 봉기했다. 선비는 붓을 던지고 농부는 괭이를 팽개치고 창과 칼을 잡고 싸움터로 달려갔다.

그들은 때로는 산과 숲에서, 때로는 일본의 수비 부대를 습격했다. 악선호의, 즉 착한 것을 즐기고 옳은 것을 좋아하는, 착하고 의로운 성품으로 기꺼이 의병이 된 그들은 나라와 겨레, 고장을 온몸으로 지켰다.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왜군과 싸웠다.

웅상도 여느 지방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웅상에도 의병장이 붓을 던지고 분연히 일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학을 공부했고 용모가 수려했다. 또한 용맹이 뛰어난 소년으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일어나서 왜군을 물리칩시다. 힘을 합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이제 믿을 사람은 우리뿐입니다. 우리 가족을 우리 고향을 우리 힘으로 지킵시다.

의병장은 지역 곳곳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외쳤다. 의병장의 말은 집집마다 울려퍼졌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신식 무기를 갖춘 왜군들이 동래성을 함락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깊은 불안감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귀를 베어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틀림없이 왜군들은 울산을 쳐들어갈 것이고 웅상은 그야말로 길목이었다.

사람들은 우불산의 성곽을 다시 정비했다. 우불산에선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왜군들이 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산성을 다시 쌓고 아녀자들과 노인들이 논밭이나 개울가에서 돌멩이를 모으면 장정들이 성안에 갖다놨다. 사람들은 모여서 활과 화살을 만들고 식량을 준비했다.

우불산으로 올라가는 말들도 하늘을 향해 대가리를 치켜들었고 히이힝, 힘찬 울음소리를 냈다. 의병장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봤다. 농사를 짓다가 의병으로 일어선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괭이, 낫, 도끼였다.

활도 준비되어 있지만 싸움이 길어지면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 어떻게 하면 싸움에서 이길 것인가. 각 동네에서 차출된 우두머리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망루에서 적군이 올라올 때 뜨거운 물을 붓거나 돌멩이를 던지거나 활을 쏘는 방법 이외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불산성이 있다는 거였다. 웅촌, 청양, 온양, 서생, 온산 전체를 아우르는 삼국 시대의 우시산국은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 일대에 도읍지로 정하고 다른 부족으로부터 침범을 막기 위해서 산을 중심으로 성벽을 쌓았다. 일종의 방어막이다.

이 성이 과연 왜군의 침략도 물리칠 수 있을까. 전체 둘레가 770미터, 높이 3미터, 포 2~3개 있고 적군 이동을 한눈에 보이는 우불산성은 산기슭으로부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계곡을 하나, 또는 여러 개 감싸고 있는 포곡성이다.

그것의 특성을 잘 이용해서 왜군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했다. 의병들은 적의 침입에 대비해서 체력을 단련했다. 아녀자들은 쌀죽을 끓여서 의병들에게 먹였다. 간장을 푼 죽이었다. 몇 개의 가마솥에 끓었지만 줄을 선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집에서 가져온 솥은 적어서 사찰에서 빌려온 가마솥이었다.

-적의 수는 많고 우리 수는 적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싸움은 오래 끌면 우리가 불리합니다. 묘수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좋은 계획이라도 있는가.

여러 가지 계책이 나왔지만 실행이 어려웠다. 화살도 부족했고 무기다운 무기도 없었다. 말은 지붕을 스쳐가는 바람소리처럼 흩어졌다.

우불산성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은 의병장과 의병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논의는 밤이 이슥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노인들과 아녀자들, 의병들은 화살촉을 만들고 돌멩이를 성곽에 갖다 놓았다.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전의를 가다듬었다.

모두들 막사로 들어갔다. 침상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자 의병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막사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잠자리에 든 것을 확인하고 가장 높고 지휘 관측이 용이한 망루로 향했다. 망루엔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육촌 동생이 보초를 서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님 대신 농사를 짓고 있던 육촌 동생이었다. 담배를 한 대씩 나눠 피웠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내렸다. 산과 들은 은빛으로 물들어져 있다. 온세상이 은빛이다. 가끔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 사방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그 깊고 깊은 고요함 속에는 짙은 불안감이 스멀거렸다.

왜군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동생이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왜군이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나라가 없으면 백성도 없지 않은가. 모두들 달아날 데도 숨을 데도 없었다. 오로지 맞서는 것, 온힘을 다해 대적하는 것, 그리하여 반드시 이기는 것.

모두들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어. 반드시 이겨야 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어. 하늘이 우릴 도와줄 거야.

의병장은 푸르고 푸른 달빛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 동네로 눈길을 돌렸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였다. 선조 대대로 살아왔고 연로하신 어른들과 형제, 친척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는 동네였다. 모두들 집을 떠나 산속으로 피신 중이었다.

그들이 숨어 있는 산은 검은빛이다. 산 속의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예로부터 우불산은 기도 효험을 잘 받는 산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우불의 옛 명칭은 우화(于火)이며 24 소사(小祀) 중 하나로 신라시대부터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음력 이월에 제의를 올렸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만큼 기우제의 효험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우불산신제가 소사로 받들어졌고 국가에서 매년 봄·가을에 향축(香祝)을 내려 제사를 지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왜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 우리 땅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

마침내 올 것이 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왜군들이 오는 게 보였다. 성벽에는 활을 뜬 의병들이 대기 중에 있다.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왜군들이 회야강 근처로 왔을 때,

공격해라.

의병장의 말이 떨어졌다. 이미 동래성의 얘기를 들은 터라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와 동시에 화살이 적에게로 날아갔다.

마 의병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지 적들은 한순간 당황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전의를 가다듬고 공격을 해 왔다. 피비린내나는 전투가 벌어졌다. 의병들은 사력을 다해 적들을 공격했다. 아녀자들도 나서서 돌멩이를 던졌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적들이 물러났다. 의병들은 한시름 놓았다. 식사를 하고 각각 막사에서 쉬었다. 성안에는 물웅덩이가 있어 식수도 있고 말도 충분히 물을 먹을 수 있었다.

식량도 미리 준비해 놓았고 비록 농기구와 돌멩이 등이지만 무기들도 모아 놓았다. 당분간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화살이었다. 부족했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화살을 계속 만들고 있지만 싸움이 오래 갈 경우 그것은 곧 동이 날 것이었다. 한 이틀동안 잠잠했다.

웅상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갔나 할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의병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울산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또다시 올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왜군이 다시 쳐들어왔다. 지경고개를 넘어 덕계에서 몰려오는 왜군들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아마도 전부대를 끌고 오는 듯했다.

모두들 성벽에 붙어서 적군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끝없이 몰려왔다. 몰려오고 또 몰려왔다. 모두들 손에 활을 단단히 거머쥐었다. 이마와 등에서 진땀이 났다. 죽음을 각오한 듯 그들의 얼굴에는 결사적인 빛이 이렸다.

왜시등에 집결하여 진을 치고 있는 왜군들은 강을 건너 물밀듯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몰려왔다. 순식간에 성벽을 에워쌌다. 한동안 대접전이 벌어졌다. 의병뿐만 아니라 아녀자, 노인들도 싸움에 가담했다. 돌멩이를 던지고 뜨거운 물을 붓고 화살을 쏘아댔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온힘을 다해 대항했다.

하지만 적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적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시시각각 대세가 기울어졌다. 적군들이 산성으로 오는 길목을 뚫고 올라왔다. 사람들은 농기구를 휘두르고 육탄전을 벌였다. 모두들 죽을 힘을 다해 적들과 맞섰다.

의병장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간절하게 기도했다.

도와주십시오. 우리 백성을 구해주십시오.

아, 그때 전설처럼 허연 백발 노인이 홀연히 망루에 나타났다. 동네 어르신은 아니었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기개가 범상치 않았다. 도인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의병장은 가까이 다가갔다. 바로 그때 노인은 필묵을 꺼내들어 글을 썼다.

그리고 손으로 집어서 왜적들에게 날려 보냈다. 글쓴 종이가 공중으로 휙 날아갔다.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종이는 바람을 타고 대운산 상봉에 떨어졌다. 그 순간 어디선가 회오리 바람이 불어왔고 낙엽이 하늘을 덮듯 왜적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낙엽은 떨어지면서 하나하나 병졸이 되어 왜군들을 순식간에 무찔렀다.

그렇게 해서 우불산성은 왜군의 침략을 물리쳤다. 의병과 민초, 하늘이 일심이 되어 왜군으로 부터 웅상을 지켰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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