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4 오후 10:03:2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오피니언

자전거 산책2/ 임경대의 봄

홍혜문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3월 11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물금역에서 출발하여 물금읍 재래시장과 물금읍 사무소를 지나 좌회전을 한다. 오늘따라 자전거가 따리릭 소리를 내며 경쾌한 느낌을 준다. 목적지는 신라 최치원 선생이 즐겨 찾았다는 임경대다. 1022 번 도로를 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자전거의 기어를 바꾸어 오르며 긴장을 한다. 몸을 앞으로 눕히며 다리에 힘을 준다. 다시 좌로 급하게 회전을 한다. 다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우로 오르다 경사 모퉁이에서 넘어진다. 일어나 잠시 자전거와 함께 걸어서 급경사를 오르기로 한다. 언제나 앞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 기해년, 얼마 전 나이가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세월은 우리에게 새로운 난관을 제시한다.

벌떡 일어나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험한 산세의 둥치가 굵은 소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이렇게 자전거로 산길을 오르기까지, 자신감을 느끼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충만감과 기쁨은 난관을 거쳐야만 맛볼 수 있다.
몸을 앞으로 굽혀 체중을 실으며 엉덩이를 들고 오른다. 서서 페달을 돌리면 페달에 체중이 실려 자전거가 갈팡질팡 넘어지려 한다. 나의 존재는 둥근 페달이 만드는 원이 무게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 생의 중심은 흔들릴 때마다 불안했다. 많은 사람과 부딪치지만, 항상 혼자인 듯한 느낌에 공황상태가 오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는 날이 늘어남에 따라 자신감이 붙었다.

산길을 대여섯 번 돌아나가자 등에 땀이 솟는다. 뿌듯한 충만감이 솟는다. 어느새 임경대다. 정자 아래로 우리나라 지도 같은 에스자형의 거대한 강물이 아래로 흐르고 있다. 솔바람에 땀이 식으며 말 못 할 감정이 몰려온다. 높은 산기슭에 올라 황산강을 내려다볼 때의 느낌이 남다르다. 최치원 선생의 시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煙巒簇簇水溶溶 鏡裏人家對碧峯 何處孤帆飽風去 瞥然飛鳥杳無蹤).”
“내 낀 봉우리는 우뚝우뚝, 강물은 출렁출렁/ 거울 속의 인가는 푸른 봉우리를 마주했네/ 외로운 돛배는 바람을 싣고 어디로 가는고/ 별안간에 새의 자취 아득도 하구나
임경대(臨鏡臺)는 황산강(黃山江: 낙동강의 옛 이름)가에 있으며, 최치원이 노닐면서 「임경대 제영」을 지었다고 하여 최공대(崔公臺)라고도 불린다.

최치원은 12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떠나 7년 만에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했다. 그는 29세에 신라로 돌아왔으나 나라는 이미 쇠락을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889년에는 각지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결국, 최치원은 894년 시무책 10조를 지어 진성여왕에게 상소했다. 당시 중앙 귀족들은 그가 6두품이라는 것을 내세워 그의 개혁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최치원은 경주의 남산, 합천 청량사, 지리산 쌍계사, 합포현(合浦縣, 지금의 창원)의 별서 등 전국을 떠돌다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무리했다.

임경대의 소나무들이 변함없이 황산강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강물 따라 날아간 바람의 자취가 자전거 바퀴의 자국처럼 새겨졌다 지워진다. 황산강은 천 년 동안 양산과 부산 김해의 젖줄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였고 영혼을 튼실하게 키워주는 어머니였다. 강 너머 밀양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양산을 거쳐 낙동강하구둑으로 이어진다. 꿋꿋하게 지켜온 산과 들, 임경대에서 강줄기를 내려다본 최치원 선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시간을 흐름을 내려다보며 권력과 욕망이 날씨의 변화처럼 사라지고 생성되는 것을 보았을까. 우리의 조상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흘러가는 바람과 물줄기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라 조정의 대신들이 잡은 정권은 흘러 후삼국으로 이어졌고 고려로 이양되었다. 인간의 욕망과 희망과 꿈이 천 년 동안 강줄기와 함께 흘렀다. 여기저기 다투어 핀 연분홍 꽃들이 웃고 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환한 봄꽃이 나를 맞는다.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바람은 어김없이 다시 봄을 피워낸다. 겨울은 이미 저만큼 물러가 버렸다. 페달을 밟으며 휘어지는 산을 돌아나가 원동역 쪽으로 내려간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3월 11일
- Copyrights ⓒ웅상뉴스(웅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생활 정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의학과 .. 
부동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 
사람들
“지역의 역량을 일깨우고 성장시키는.. 
단체
웅상원전안전범시민추진위원회(위원장 .. 
따뜻한 이웃
지난 1일 웅상노인복지관(관장 이명.. 
지역행사 일정
많이 본 뉴스
불사신 김태호 후보 양산시을에서 당선..
4월 21일 원효대사 다례제 전야 점등식 열려..
“원전법 개정, 웅상주민도 원자력안전교부세 지원 받아야˝..
제20회 양산천성산철쭉제 ˝천성산에서 꽃분홍 향연 즐기세요˝..
[수요드로잉] 주진마을의 어느 예쁜집..
문화 속으로/ 오는 26일 ‘죽전 연 숲속 작은 음악회’열린다..
2024 “서창동 꽃들의 향연, 봄누리 축제” 열린다..
[수요드로잉] 양산 교동5길 35 교동수퍼..
양산시인협회, 새로운 마음으로 품격 있고 수준 높은 양산문학 만들겠다..
‘서창동 꽃들의 향연, 봄누리축제’ 성황리에 열려..
신문사 소개 고충처리인제도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개인정보취급 편집규약 윤리강령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찾아오는 길
상호: 웅상뉴스(웅상신문) / Tel: 055-365-2211~2,364-8585 / Fax : 055-912-2213
발행인·편집인 : 웅상신문(주) / mail: news2022@hanmail.net, news2015@naver.com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덕계 2길 5-21 207호, (기장)부산시 기장군 월평1길 7, 1층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아00194 인터넷신문 등록일:2012년 7월 1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철근
Copyright ⓒ 웅상뉴스(웅상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5,197
오늘 방문자 수 : 1,754
총 방문자 수 : 22,959,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