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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산책/자전거 바퀴와 나

홍혜문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2월 24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자전거 하나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 그는 두 발로 지구를 돌리듯 자신을 끌고 온 세상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볼일을 보기 위해 뉴스를 떠올리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었다. 이웃의 키 작은할머니가 누비라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누군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무엇도 할 수 없어 보였던 칠십 대 후반의 할머니였다. 그녀는 어깨를 앞으로 숙이며 핸들을 좌우로 움직여 내 앞을 지나갔다. 모세가 지팡이로 바닷물을 가르는 듯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가르며 핸들로 조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이로웠다.

그날부터 북면의 강가에서 매일 누비라를 타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자전거에 오르며 어떻게 서는 지 내 두 다리는 알지 못했다. 자전거는 수없이 나를 자빠뜨렸다. 나는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눈을 감으면 페달이 떠올랐고 꿈속에서도 내 발은 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나의 바퀴는 세상을 가로지르며 길을 냈다. 자전거는 나를 어디든 데려다주었다. 나는 자신의 창조주가 된 듯했다.

온몸에 비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황강과 안동댐과 동해를 올라가 삼척의 맹방 해변까지 다녀왔다. 전국을 누비며 오래 핸들을 힘주어 잡은 탓에 손목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즐거웠다. 밤에 달리는 자전거는 더한 긴장감을 주었다. 자전거에 달린 라이트가 길을 비추었다. 나는 우주의 별처럼 어둠 속을 운행하고 있었다. 나는 더 멀리 더 높이 달려가고 싶었다. 과거의 모든 상처를 극복한 것 같았고, 초인이라도 된 듯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간 곳은 모두 내가 정복한 땅이라는 쾌감이 나를 압도했다. 풀들이 바람에 몸을 뉘며 손을 흔들었다.

전북 남원으로 간 날이었다. 자전거에 오르자 맑았던 하늘에 먹장구름이 깔려 있었다. 몸은 조금 나른했고 피곤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길은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구도로였고 풀들이 여기저기에 나 있었다. 자전거 도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다시 내리막이었다. 내려갔던 길은 다시 위로 올라갔다. 내리막길은 끝이겠지 하고 마음을 놓았던 순간이었다. 나는 긴장하며 무릎에 힘을 주며 페달을 돌렸다. 자전거는 유연하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달리는 속도에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내리막이 나타났다. 급경사였다. 순간 브레이크를 잡았다. 핸들이 휙 돌아가 버렸다. 내 몸은 붕 떠올라 도로변의 쇠 난간에 처박혔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손가락조차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정도 깁스를 하고 재활 치료를 받았다. 충격받은 인대를 매일 늘이며 통증을 느꼈다. 고통은 오롯이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었다. 내 몸은 매일 새로운 세포로 거듭나고 있었다. 많이 불편하고 통증에 잠 못 이루기도 했지만 살아있기에 내 몸과 마음은 회복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눈물을 흘리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감사했다.

손으로 안장을 쓸다 천천히 페달을 만지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다쳤을 때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손가락으로 글을 쓰고 있다. 나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오십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만에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노란 민들레가 저만치에서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아래로 갈퀴나물과 개똥쑥, 소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손을 내밀어 불어오는 바람을 음미한다. 윌리엄 브레이크 시인의 ‘순수의 전조’가 떠오른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하늘을 본다. 너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강물이 나를 지켜보며 말없이 흐르고 있다. 가슴에 상큼한 바람을 한껏 들이마신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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