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신호를 기다리다 마주한 거대한 회색의 산이 제 소설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지역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김서련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은양' 출간 기념 북토크가 지난 7월 21일 양산시립중앙도서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황선열 문학평론가의 사회와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구추영 양산문인협회 회장, 김형로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비롯한 지역 문화계 인사와 시민 독자들이 참석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북토크는 단순한 출간 기념회를 넘어 도심 속 생태 환경 문제와 지역 언론이 처한 구조적 현실, 그리고 문학의 사회적 책무를 짚는 진지한 담론의 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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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련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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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열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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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련 작가는 이날 북토크에서 소설의 출발점이 된 개인적 경험을 풀어놓았다. 그는 애초 ‘은양’을 영세한 지역 언론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도생’하는 기자들의 삶과 인간 군상을 그리는 서사로 구상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설의 방향을 일시에 바꾼 것은 출근길에 마주친 한 장면이었다. 김 작가는 “어느 날 새벽 6시경, 7번 국도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도심 한복판에 꼭대기가 칼로 잘라낸 듯 평평한 거대한 회색빛 ‘건축폐기물 산’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며 당시의 서늘했던 감정을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민둥산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건축폐기물이었다”며, “그 충격이 온전히 체화되면서 단순한 풍경의 낯섦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한가운데 환경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고, 원고를 환경소설의 방향으로 재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설 ‘은양’은 가상의 도시 ‘은양’을 배경으로, 국도변에 쌓여가는 건축폐기물 적치장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주인공 ‘민 기자’와 타협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밀도 있게 다룬다.
황선열 평론가는 “쓰레기 기사를 두고 고뇌하는 민 기자의 모습을 통해 언론의 고전적이면서도 치명적인 화두인 ‘직필과 곡필’을 던진다”며 작가의 취재 현장 경험이 캐릭터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물었다.
이에 김 작가는 “민 기자는 특정 개인의 분신이라기보다 자본과 권력의 압박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지역 기자들의 표본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 대표와 백 주필 등 다양한 캐릭터 역시 현장에서 만난 여러 인물들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조합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황선열 평론가는 “언론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문학이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며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와 공지영의 『도가니』를 예로 들었다. 황 평론가는 “지역의 쓰레기산이라는 현실을 장편 서사로 끌어들여 환경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한 점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축사에 나선 구추영 양산문인협회 회장은 “파격적인 모티브를 통해 환경 문제와 권력의 비리, 언론의 본래 역할을 툭 건드려 놓은 작품”이라며 깊은 고뇌에 찬사를 보냈다.
김형로 부산작가회의 회장 역시 “자칫 지엽적인 사건으로 지나칠 수 있었던 이슈를 장편소설로 확장한 점이 돋보인다”며 “폭우와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기후 위기 시대에 가덕도 신공항 등 국책사업 아래 위협받는 지역 생태 현안에도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작품의 결말이 명확한 해결을 제시하지 않는 점에 대해 김 작가는 “기사 한 편이나 소설 한 권으로 당장 세상이 바뀌거나 쓰레기산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환경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독자들이 외면해 온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서 열린 결말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 다 담지 못했던 판이 큰 권력 구조의 이야기는 향후 후속작을 통해 보다 큰 서사로 이어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김백 양산시인협회 회장은 “매일 지나치며 보던 쓰레기산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소설로 태어나 감회가 새롭다”며 “쓰레기산이 말끔히 사라지는 이야기를 담은 후속편도 꼭 만나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는 질의응답과 행운권 추첨, 작가 사인회, 기념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