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 현장]사물 속 ‘인간의 시간`, 뷰파인더로 포착하다
수필가 허정숙, 첫 수필집『뷰파인더』출간 기념 ‘독자와의 만남’ 성황 그림이 다 하지 못한 삶의 서사, 문장으로 빚어내… “독자의 삶 위로하는 창 되길”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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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숙 작가 |
| [양산웅상신문 김경희 기자]캔버스 위를 수놓던 화가의 다정한 손길이 이제는 종이 위에 따뜻한 문장으로 피어났다. 지난 2018년 《한국국보문학》으로 등단하여 경남 및 양산 지역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허정숙 수필가가 첫 수필집 『뷰파인더』(도서출판 샤인텔, 2024)를 출간하고 독자들과 뜻깊은 시간을가졌다.
이날 행사는 곽중문 사회자의 진행 아래 작가 약력 소개, 구추영 양산문인협회 지부장과 김영희 전 지부장의 축사, 시인·평론가 김순아의 수필 낭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2부에서는 정영숙 수필가의 낭독에 이어 허 작가가 ‘무엇을 담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며 독자와 호흡했다.
허정숙 작가는 이번 수필집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사물 속에 스며 있는 사람의 시간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표제작 「뷰파인더」를 비롯해 「쌍가락지 한 짝」, 「모자반」, 「노란 홈드레스」, 「운동화 두 켤레」 등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물들이다. 그러나 허 작가의 시선이 닿는 순간, 이 사물들은 한 개인의 삶을 증언하는 작은 기록으로 변모한다.
결혼 백일 만에 중동으로 떠난 남편을 오랜 세월 기다리며 차마 입지 못했던 「노란 홈드레스」는 청춘의 기다림을, 30여 년 전 시어머니가 남겨주신 「쌍가락지 한 짝」과 친정 어머니의 「모자반」은 모성의 희생과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또한 「운동화 두 켤레」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보살핌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허 작가는 “수필은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의미의 발견”이라며, “식탁 위의 고구마 한 개, 오래된 옷 한 벌이 문득 삶과 이어지는 순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물을 쓰는 것 같지만 결국은 사람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글쓰기 본질을 설명했다.
기존에 화가로서 뚜렷한 커리어를 쌓아왔음에도 수필의 세계에 발을 디딘 계기에 대한 질문에 허 작가는 그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붓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그림에 표정은 담을 수 있지만, 그 표정 뒤에 숨어 있는 시간과 서사까지 담아내기는 어려웠다”며 “그림이 색으로 말한다면, 수필은 문장으로 말하는 또 하나의 그림이다.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수필집 『뷰파인더』 표지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유화 작품이 삽입되어 시각과 문장이 어우러진 독특한 감성을 전한다.
특히 차갑고 고립된 단절의 시간을 다룬 작품 「얼음동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장내에 깊은 숙연함이 감돌기도 했다. 허 작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야 50년도 더 지난 과거의 기억 속에서 비로소 아버지가 나직이 건네셨던 ‘안 얼었더나’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다시 듣게 되었다”며, “글쓰기는 마음을 정화 시켜준 가장 감사한 치유의 도구”라고 고백했다. 이어 “얼음동굴을 빠져나온 사람이 아니라 그 안을 걸어본 사람으로서, 여전히 추위를 견디고 있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봄날은 온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향후 다가올 ‘금혼’에 대한 특별한 약속과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남편은 자신의 삶과 닮은 음악에 인생 이야기를 담아 글을 쓰고, 나는 그림에서 서사를 풀어내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금혼 선물이 될 것”이라며, “두 사람이 건강하게 걸어가며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허 작가는 독자들에게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하루, 오래된 물건 하나, 가족의 말 한마디를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이 ‘나만 이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구나, 나도 참 잘 견뎌왔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는 참석자들을 위한 행운권 추첨과 색소폰 연주 등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사물 속에서 인간의 온기를 찾아내고 이를 다시 사회적 공감대로 확산시키는 허정숙 작가의 뷰파인더는, 앞으로도 우리 지역 문단을 더 따뜻하고 선명하게 비추는 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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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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