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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현미 경남미술창작소 신임회장, 고독한 ‘흔적’에서 ‘대작’으로… 양산 미술, 장르의 벽을 허물다

지난 7일 성료한 최현미 17번째 개인전 ‘흔적’,12일부터 경남미술창작소 대작 정기전 돌입
문화예술회관(1관)·갤러리 휴(2관) 동시 개최, 50호 이상 대작 54점 대공개
14일 오후 5시 문화예술회관서 오페라 맛보기 공연으로 시민과 예술 문턱 낮춘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09일
최현미 경남미술창작소 신임회장

양산의 한여름,두 개의 전시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지난 7월 1일 양산시 옥곡7길 ‘갤러리 휴’에서 개막해 지난 7일 성료한 최현미 작가의 17번째 개인전 ‘흔적(Trace)’에 이어, 오는 7월 12일부터19일까지는 그가 이끄는 경남미술창작소 회원들의 ‘50호 이상 대작 정기전’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정기전은 늘어난 대작들을 풍성하게 담아내기 위해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1관)과 갤러리 휴(2관)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되어 지역 화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술가 각자의 내면에서 출발한 작업이 단체의 에너지로 확장되는 이번 전시는 양산 미술의 새로운 지형을 보여주는 계기로 읽힌다. 

지난 1월 경남미술창작소의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현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산이 인근 대도시에 비해 문화예술적 인프라나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편견을 깨고 전국적인 역량을 지닌 메인 작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결속하는 자생적 예술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17회 최현미 전시 '흔적'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총지회장, 양산미협 7·8대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미술계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그의 리더십이 개인의 치열한 예술적 성찰을 넘어 단체의 거대한 연대의 물결로 확장되고 있는 현장이다.

지난 7일까지 휴 갤러리를 채운 최현미 회장의 17번째 개인전 타이틀은 ‘흔적’이다. 서울, 밀양, 창원 등을 거쳐 대만 아트페어까지 외연을 넓히며 활발히 활동해온 중견 비구상 추상화가인 그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 더욱 깊어진 내면의 궤적을 넓은 색면 위에 강렬하고 단순한 색채로 표현해냈다.

“나의 작업은 늘 지나간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 반복된 일상 속에서 쌓인 피로와 열정, 관계 속의 여운들을 색으로 올리고 다시 긁어내며 화면을 채웠습니다. 10번, 때로는 100번이 넘는 과감한 덧칠과 마테르(질감)의 층위 속에서 멈춤의 시점을 찾는 고독한 고뇌의 탄생 과정이었습니다.”

▲ 17회 최현미 전시 '흔적' 30호/mixed media

전시작 중 최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시그니처 작품은 파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이를 중화하는 흰색이 대담하게 어우러진 대작이다. 최 회장은 이를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표현했다. 캔버스 위에 한지를 부분적으로 붙여 복합적인 마찰과 질감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스프레이와 유화, 아크릴 등 다양한 오브제를 실험하며 우연이 주는 희열을 붙잡았다.

과거 단체장을 지내며 겪었던 오해와 시련의 시간, 고통스러웠던 고독의 터널을 통과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층 관대하고 유연해진 세계관을 고백한다. 특히 최근에는 쌍둥이 손녀들이 “할머니 그림 너무 예쁘다”며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화면의 색채가 한층 밝고 포근해졌다. 어두운 흔적조차 펄(반짝이)을 가미해 ‘나의 지나온 날들은 결국 반짝이는 축복이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다. “관람자가 나의 이야기를 읽기보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기억과 겹쳐질 때, 이 전시는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게 최 작가의 설명이다.

최 회장 개인의 치열한 붓질은 7월 12일부터 경남미술창작소 회원들의 거대한 에너지로 이어진다.순수 예술(회화·조각·공예) 전반을 아우르는 60여 명의 전문 미술인 중 54명의 작가가 뜻을 모아 모두 ‘50호 이상의 대작(大作)’을 전시장 전면에 내세운다.

대개 단체전이 소형 소품 위주로 흘러가는 관행을 깨고 회원 전체가 대작을 출품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업 작가가 아님에도 생업과 창작을 병행하며 이 뜨거운 한여름 밤, 작업실에서 땀방울을 흘려온 작가들의 정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도전이다.

정기전 오프닝은 미술과 음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7월 14일 오후 5시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1관)에서 진행되는 오프닝 행사에서는 홍지혜 교수를 초청해, 대작들 사이에서 클래식 오페라 ‘카르멘’ 등의 해설과 노래가 병행되는 ‘오페라 맛보기 공연’으로 특별한 무대를 연다.

최 회장은 “미술과 음악은 서로의 감정을 확장시킨다”며 “시민들이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오페라 맛보기 공연 등으로 문턱을 대폭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구상 미술을 가장 제대로 감상하는 팁으로 ‘마음의 대입’을 꼽았다. “형태가 없다고 어렵게 볼 필요 없이, 자신이 보는 느낌대로 캔버스의 색과 교감하면 된다”며, “전시장에 쉽게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눈에 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마음을 읽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남미술창작소는 그동안 전시 수익금의 일부를 소외계층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는 등 지속적인 사회적 실천을 이어와 최근 지역 문화재단으로부터 공로 현판을 수여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전시의 대담한 색채와 이야기들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로 닿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향후 관내 기업들과 매칭하는 작품 렌탈 사업을 통해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구축하고,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 치료 봉사를 확대하겠다는 최 회장. 그는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꿈을 묻는 질문에 지자체를 향한 뼈 있는 정책 제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많은 작가들이 비용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대작 작업을 집안 베란다나 거실에서 힘들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나 타 지역의 예술특구처럼 양산의 유휴 공장이나 창고, 폐교를 재활용한 ‘대형 공동 창작 공간’이 시 차원에서 마련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이자 전시장이 될 것이며, 작가들이 마음껏 창작한 우수한 대작들은 다시 지역 사회로 환원되어 양산 전체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아름다운 선순환을 이뤄낼 것입니다.”

경남미술창작소 정기전: 7월 12일(일) ~ 7월 19일(일) /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1관), 갤러리 휴(2관)

정기전 오프닝 행사: 7월 14일(화) 오후 5시 /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실(1관)
(홍지혜 교수의 오페라 맛보기 공연 및 해설 무대 진행)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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