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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신문 최철근 편집국장 |
| ⓒ 웅상뉴스(웅상신문) |
|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고인 장윤기에 대한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방식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경찰은 장윤기를 살인과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장윤기가 교제를 거절한 다른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을 상대로 분풀이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구속기간을 연장하며 범행 전후의 행적과 차량, 휴대전화 자료, 과거 성범죄 및 스토킹 혐의 등을 다시 들여다봤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피해 여고생을 납치해 성폭행하려 했으며, 피해자가 저항하자 살해했다는 범행 목적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단순 살인이 아니라 형량이 훨씬 무거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최근에는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이 아들의 성인용품과 과거 사용한 휴대전화 등 사건 관련 물품을 폐기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경찰청은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 의혹뿐만 아니라 최초 경찰 수사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도 감찰하기로 했다.
물론 한 사건만을 놓고 경찰 수사 전체를 무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 역시 살인사건의 범인을 신속히 검거하고 계획범죄 정황을 확인했으며, 장윤기의 추가 성폭행과 스토킹 혐의도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수사권 조정 이후 우리가 충분히 점검하지 못했던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를 검거하고 증거를 확보해 일정한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을 송치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검찰은 송치된 사건을 재판에 넘기고 법정에서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범행 동기와 목적, 적용 법조, 공소유지 가능성까지 보다 폭넓게 살펴보려는 성격이 강하다.
경찰 수사가 사건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라면 검찰 수사는 그 뼈대가 법정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빈틈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기관의 역할은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기보다 서로 다르며,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거나 사실상 완전히 박탈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왔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행사와 정치적 수사, 표적수사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도 반드시 견제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바로잡는 것과 검찰의 수사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 수사에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던 범행 목적과 추가 증거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면, 검찰의 수사권을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과연 국민과 피해자를 위한 개혁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수사권은 경찰이나 검찰 어느 한 기관의 기득권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국가기관에 맡긴 권한이다. 정치적 구호나 기관 간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 가질 대상이 아니다.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이 그대로 기소만 하는 구조에서는 경찰의 판단이 잘못됐거나 수사가 미흡하더라도 이를 실질적으로 바로잡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살인과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처럼 범행 동기와 적용 혐의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는 사건에서는 이중·삼중의 검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은 보장하되,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보완수사와 직접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한 법원의 통제와 외부 감찰, 수사심의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냐 검찰이냐’가 아니다. 누가 수사하든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힐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장윤기 사건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구호가 실제 형사사법 현장에서 어떤 빈틈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수사권 개혁은 특정 기관의 힘을 빼앗는 데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고 범죄자를 죄에 맞게 처벌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수사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수사권 개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