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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대운산의 숨은 보석, 시명사를 가다 ② 시명골 청류(淸流)를 따라 걷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

대숲 바람 소리에 씻기는 번뇌, 대운산 최고의 명당에서 만난 위로
극락전·대웅전·산신각, 세 전각에 담긴 치유와 소원 성취의 원력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5일
시명사 전경
초여름의 푸르름이 깊어가는 양산 대운산 자락 시명골.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와 댓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도량의 적막을 깨우는 시명사에 들어서면, 대운산의 강한 기운을 품은 세 개의 전각이 참배객을 맞이한다. 은은한 보이차 향이 흐르는 주지실에서 마주 앉은 근일스님은 특유의 인자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세 공간에 담긴 중생 구제의 원력을 청해 들려주었다. 삶의 무게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명사의 전각들이 전하는 지극한 소원 성취와 치유의 메시지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극락전
Q1. 스님, 도량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극락전은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공간이 시명사를 찾는 불자들에게 전하는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극락이라는 곳은 말 그대로 괴로움이 없고 모든 것이 평안한 세계를 뜻합니다. 우리 시명사 입구에 들어서면 산세가 전각을 양팔로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는 형세가 한눈에 들어오지요. 참배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아, 꼭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구나’ 하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문틈 사이로 은은하게 비치는 아미타부처님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치이고 상처받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여기 오는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 다 잊고, 어머니 품에 안기듯 무조건적인 위로와 청정한 평안함을 가슴 가득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대웅전 올라가는 길
대웅전
Q2. 스님의 핵심 사명이자 시명사의 가장 중요한 소임인 ‘영가 천도(薦度)’의 원력이, 이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이라는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천도(薦度)라는 것은 이승에서 맺힌 한과 집착 때문에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는 영가들을 맑은 기운으로 인도하여 극락세계로 보내주는 일입니다. 그러니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이 바로 그 천도재를 봉행하는 중심 도량이 되는 것이지요. 전부터 지장기도를 참 많이 올렸습니다. 지장보살의 지극한 원력으로 영가들의 업을 씻어내고, 아미타부처님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지요. 세간에서 가장 큰 슬픔과 가난은 결국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아픔 아니겠습니까? 지극정성으로 재를 지내 영가를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면, 살아남은 가족들의 마음에도 깊은 치유와 평안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극락전이라는 공간이 가진 진짜 힘입니다.

Q3. 극락전에서 계단을 올라 대웅전에 이르면 수행 도량의 엄숙함이 느껴집니다. 대웅전 뒤편을 감싸고 있는 푸른 대나무숲과 대운산 자락의 조화가 참 아름다운데, 이 터가 가진 풍수지리적 기운은 어떠한가요?

극락전에서 바위 계단을 걸어 대웅전 마당에 딱 올라서면 시야가 확 트이지요? 풍수지리를 거창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이곳은 대운산의 맑고 청정한 기운이 한데 모이는 최고의 명당입니다. 우리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중에서도 터의 기운이 아주 센 곳에 속합니다.
기가 세다는 것은 그만큼 기도의 감응이 빠르고 지극하다는 뜻입니다. 대웅전 뒤편에 빽빽하게 솟은 대나무숲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자연스럽게 엄숙한 정진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참 좋은 터입니다.

Q4. 스님께서 사찰을 중창하고 정비하시면서, 대웅전과 그 주변 환경(대숲 등)에 가장 공을 들이신 부분은 어디입니까?

터가 세고 기운이 모이는 곳인 만큼, 불자들이 이곳에 와서 그 기운을 온전히 받아 소원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량의 기도 원력을 채우는 데 가장 공을 들였습니다. 사찰의 외형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량의 '기도 원력'을 채우는 일이지요.

그래서 나는 매일 사시(오전 10시 30분)가 되면 대웅전에서 거르지 않고 금강경을 독경합니다. 우리 시명사는 지극한 금강경 도량입니다. 대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스님의 금강경 읽는 소리가 도량에 늘 울려 퍼지게 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신도들이 언제든 청정한 수행의 기운을 느끼고 스스로 원력을 세울 수 있도록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가장 마음을 썼습니다.

산신각
Q5. 산신각 내부에 모셔진 산신령과 그 아래 엎드린 호랑이 탱화가 무척 영험해 보입니다. 대운산의 강한 기운을 품은 이 산신각과 호랑이에 얽힌 특별한 구전 설화나, 불자들의 기억에 남는 기도 영험담이 전해 내려오는 게 있습니까?

아까 말했듯이 우리 시명사 터가 기가 참 셉니다. 옛날에는 기운이 너무 강해서 일반 사람들이나 웬만한 스님들은 다치거나 버티지 못하고 나갈 정도였다고 해요. 그래서 대운산의 그 강한 산 기운을 다스리고 누르기 위해 영험한 백호(호랑이)를 산신령 아래에 모신 것입니다. 호랑이가 기운을 딱 잡아주니 도량이 안정된 것이지요.

예로부터 우리 산신각은 영험하기로 아주 유명합니다. 특히 자식이 없어서 애를 태우던 이들이 여기 와서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 반드시 자식을 점지받는다는 유래가 깊이 전해 내려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정이 어렵거나 사업 성취, 자녀의 학업 성취를 바라는 불자들이 산신각에서 기도를 올리고 서원을 이루었다는 영험담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불자들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Q6. 이곳 산신각은 시명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도량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스님께서 이곳에서 대운산 자락을 바라보실 때, 중생 구제를 위해 마음속으로 어떤 원력을 다지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산신각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 대웅전과 극락전의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포개어지고, 그 너머로 깊은 골짜기가 펼쳐집니다. 참 보기 좋은 풍경이지요. 내가 매일 그 높은 곳에서 도량을 내려다볼 때마다 다지는 마음은 오직 하나입니다. 여기 오는 중생들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똑같습니다.

‘시명사에 발을 디딘 모든 이들이 가로막힌 일 없이 만사형통하고, 품은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게 하소서.’

매일 새벽과 사시에 기도를 올리며 신도들을 위해 축원하는 그 마음을 산신각에 서서 대운산 자락을 바라볼 때마다 다시금 굳게 새기곤 합니다. 스님의 원력이 곧 중생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지치고 바쁜 현대인들이 대운산 시명사를 찾아와 이 세 전각(극락전·대웅전·산신각)을 차례로 참배하며, 어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기를 바라십니까?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마음에 때가 많이 묻어 있습니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시명사에 오는 순간, 마음에 쌓인 시시비비와 업, 무거운 짐들을 다 털어버리고 몸과 마음의 때를 벗겨내면 됩니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산세에 몸을 맡기고,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십시오. 그리고 주지실에 들러 나와 함께 따뜻한 보이차 한 잔 나누며 차담(茶談)을 합시다. 차 한 잔에 마음을 열고 인생사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의 짐이 스르륵 내려놓아질 것입니다. 누구나 분별없이 찾아와 마음을 쉬어갈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두고 정성껏 상담해 드릴 테니, 언제든 편안한 걸음으로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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