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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대운산의 숨은 보석, 시명사를 가다 ① 밭에서 발견된 천년의 미소, 명동사지 석조여래입상의 귀환

거친 노천서 도난의 수난 겪고 다시 대운산 품으로
생략과 단순화의 미학… 고려 후기 약사여래불의 진수
정통 승가 거친 ‘천도재 전문가’ 근일스님, 영험한 원력으로 중생 구제 사명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18일
양산 대운산 자락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시명사(주지 근일스님)에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영험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양산 대운산 자락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시명사(주지 근일스님)에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영험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원래 노천에 방치되었다가 도난당하는 등 모진 풍파를 겪고 다시 시명사 노천 보호각으로 귀환한 '명동사지 석조여래입상'이 그 주인공이다. 본지는 5회에 걸쳐 대운산의 맑은 기운 속에 숨겨진 시명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풍파를 견뎌낸 천년의 도량, 시명사

양산의 영산이라 불리는 대운산 깊은 골짜기, 푸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게 경내를 감싸 안은 도량, 시명사(侍明寺)를 마주하게 된다. 청아한 새소리와 고즈넉한 바람소리, 그리고 도량에 울려 퍼지는 독경 소리가 극락전 앞마당에 잔잔하게 고인다.

그 맑은 기운을 듬뿍 안고 극락전 옆 바위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면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전 옆으로 푸른 대나무숲이 있고 그 사잇길을 지나 산신각으로 향하면 바로 그 곁에 천년의 전설을 간직한 불상이 기다리고 있다. 대운산의 푸른 하늘과 숲을 배경으로 고고하게 안치되어 있는 불상, 바로 ‘명동사지 석조여래입상(明東寺址 石造如來立像)’이다.

지난 2004년 통도사성보박물관이 발간된 ‘문화유적분포지도-양산시’ 등의 기록에 따르면, 이 불상은 본래 사찰의 전각 안이 아닌 인근의 거친 노천에 봉안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마을 주민들에게는 친근한 '할매 부처'로, 때로는 영험한 기도의 대상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수년 전 정체불명의 도굴꾼들에 의해 도난을 당하는 대수난을 겪게 된다. 천년의 세월 동안 지역의 애환을 함께해 온 불상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자, 지역 사회와 불교계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천행(天幸)이었을까. 불상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양산 대운산의 품으로 돌아왔고, 현재는 시명사 주지 근일스님과 불자들이 뜻을 모아 도량을 정비하며 산신각 옆 푸른 하늘과 숲을 배경으로 한 노천 보호각 아래 소중히 안치되어 중생을 맞이하고 있다.

비례미 벗어난 투박함, 민초의 삶 닮아

미술사적으로 이 불상은 매우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불신의 전체 높이는 약 100cm, 광배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118cm에 달하는데, 전체적으로 신체가 납작하게 표현되어 있다. 얼굴에 비해 어깨너비가 좁고 가슴과 허리, 다리의 윤곽이 법의(옷)에 가려져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특히 손과 발이 지나치게 작아 전통적인 비례미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투박함이 민초들의 삶을 닮아 친근함을 더한다. 옷주름과 광배의 문양이 대담하게 생략되고 단순화된 이러한 경향은 고려 후기 지방 불상 양식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불상의 뒷면(배면) 하부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이곳에는 연꽃잎이 이중으로 겹쳐진 '양련' 문양이 돋을새김으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다했던 당대 석공의 장인정신을 느끼게 한다.

오른손은 허리에 밀착시켜 내려뜨렸고, 왼손은 복부에 두고 둥근 지물(持物)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물을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진멸하는 '보주(寶珠)'로 추정하며, 이 불상의 존명(尊名)이 바로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약사여래'임을 시사한다고 평한다.

이처럼 아픈 중생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약사여래불의 깊은 뜻은 시명사 주지 근일스님의 원력과도 맞닿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정통 승가 과정을 거친 근일스님은 불교계 안팎에서 선망이 두터운 '천도재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스님은 조상의 기운을 다스려 후손들의 가로막힌 운을 풀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천도 지내기를 사찰의 가장 핵심적인 주 업무이자 사명으로 삼고, 도량을 찾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가의 고통을 해소하는 영험한 감응을 전하고 있다.

시명사 주지 근일스님은 "이 불상은 대운산의 강한 기운과 함께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우리 지역을 지켜온 산증인"이라며, "밭에서 발굴되어 도난의 아픔을 겪고 다시 귀환하기까지의 여정 자체가 중생들에게 던지는 깊은 성찰의 메시지가 있다"고 전했다.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았던 고려 석불의 담담한 미소. 시명사의 명동사지 석조여래입상은 단순한 불교 문화재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켜내야 할 정신의 중심'이 무엇인지를 고요히 웅변하고 있다.


대웅전
극락전
산신각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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