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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하나의 숨으로 그린 평화의 화폭”... 양산에 뿌리 내린 일본인 화가 가와구찌

한반도 호랑이와 고향의 ‘뇌조(雷鳥)’가 만나는 화합의 세계
고려대 유학 1세대에서 양산의 이웃으로... “따뜻한 구상화로 위로 전하고파”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7일
 자신의 메인 작품인 <하나의 숨>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가와구찌 지나미 작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바라는 작가의 온화한 성품이 작품 속 호랑이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웅상신문=김경희 기자] 양산의 고요한 전시 공간, 벽면을 채운 화폭 속에는 한반도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일본 나가노현의 신비로운 새 뇌조(雷鳥)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일본인이면서 한국의 산천을 그리는 가와구찌 지나미 작가는 자신을 양산 사람이라 소개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번 전시는 ‘화합’과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예술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하나의 숨>이라는 작품이 있다. 작가는 한반도의 상징인 호랑이 모자와 백두산, 그리고 영남의 명산인 주왕산을 한 화면에 배치했다. 그녀는 “자연은 하나의 숨으로 흐르고, 어미의 온기와 작은 생명이 조용히 이어진다”며 “갈라진 땅을 넘어 하나로 이어지는 호흡과 조화를 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하나의 숨(F30, 유화)>. 한반도를 상징하는 호랑이 모자와 함께 북의 백두산, 남의 주왕산을 한 화폭에 담아 갈라진 땅을 넘어 하나로 이어지는 호흡과 조화를 표현했다.


작가의 고향인 일본 나가노현(북알프스)의 상징이자 '행복을 부르는 새'로 알려진 뇌조(雷鳥)를 그린 작품. 작가는 학창 시절 등산 중 직접 만난 뇌조의 신비로운 기억을 구상화로 풀어냈다.

작가의 고향인 일본 나가노현(북알프스)의 상징인 뇌조(雷鳥) 시리즈 역시 눈길을 끈다. 겨울에는 흰색으로, 여름에는 검은색으로 깃털을 바꾸는 이 새는 일본에서 ‘만나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새’로 불린다. 20대 시절 등산 중 직접 목격했던 강렬한 경험을 화폭에 옮긴 이 작품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따뜻한 구상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서울 고려대학교 어학당 1기 유학생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가와구찌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간 ‘유학 1세대’ 예술가다. 부산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다 약 6년 전,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양산에 터를 잡았다.

양산시 상북면 카페 유월육일의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조화를 이룬 전시 전경. 지역 사회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술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그녀의 삶은 이제 양산과 깊게 맞닿아 있다. 딸은 현재 양산 지역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아들 가족 역시 양산 신도시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작가는 평범한 이웃으로서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최근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사한 분홍색 등의 밝은 톤은 손주들의 밝은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가와구찌 작가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지 않고, 한 작품에 몰입하여 완성한 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완벽주의적 스타일을 고수한다. 창작의 벽에 부딪힐 때면 잠시 쉬거나 산책하며 영감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갖췄다.

그녀는 “추상화보다는 누구나 보고 바로 이해하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구상화가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대학 시절 유화를 전공하면서 필수 과목으로 공부했던 조각(입체 예술) 작업도 다시 시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포근하고 따뜻한 위로’를 얻어 가길 바란다는 가와구찌 작가. 그녀가 그려나가는 ‘하나의 숨’은 우리 지역 사회에 화합과 공존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 전시 정보

전시명: 가와구찌 지나미 개인전 ‘One Breath, 하나의 숨’
장소: 카페 유월육일 (양산시 상북면 대석1길 40-7)
일시: 2026년 4월 16일(목) ~ 5월 10일(일)
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매주 월요일 휴무)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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