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신문=김경희 기자] 양산 덕계동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전문복지관 시나브로복지관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운영 경험을 토대로, 당사자 중심 돌봄 모델의 지역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복지관은 지난해 11월 ‘자기결정권 강화를 통한 통합돌봄의 실천적 전환’을 주제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사례발표회를 열고 현장에서 축적된 돌봄 과정과 변화를 종사자·보호자들과 공유했다. 사례발표회는 낮 활동 루틴을 통한 행동패턴 변화, 긍정적 피드백에 기반한 자발적 참여 유도, 공감과 지지를 통한 자기조절력 향상, 비언어적 소통을 통한 긍정적 행동지원 등 4개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고영찬 양산시나브로복지관 관장은 복지관의 운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저희 복지관의 미션이 ‘일상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는 복지관’입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의 일상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저희 기관만 할 수는 없잖아요. 지역 주민도 함께 참여해서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복지관은 ▲사례지원사업 ▲서비스지원사업 ▲직업지원사업 ▲기능향상지원사업 ▲기획운영지원사업 ▲주간보호센터 운영을 축으로, 발달장애인의 일상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함께 다루는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사업은 복지관이 강조하는 핵심 축이다. 고 관장은 “아주 심하신 분들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사업을 하고 있고, 4명이 있다”며 “최중증은 아니지만 직업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중증 이용자들은 3층 주간보호센터에서 15명이 낮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하고 저녁에 귀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용료와 관련해서는 “주간보호센터는 운영비와 인건비는 국가 지원으로 나오지만 기본 이용료는 월 8만원 정도이고, 식비는 별도”라며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평생교육 등 일부 프로그램은 이용료가 발생할 수 있으며, 무상 운영만으로는 출석률과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이용료를 권고하는 흐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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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나브로복지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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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은 ‘치료·돌봄’에만 머물지 않고 조기 발견과 예방·권익 영역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고 관장은 “2022년부터 어린이집 현장에 전문가가 나가 아이들의 놀이·검사 등을 통해 발달지연이 의심되면 교사와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빠른 전문 개입으로 연결되도록 설득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으로 경계선 지능 이슈가 부각되는 흐름과 맞물려 “발달장애인은 아니지만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영역”으로 보고, 직업훈련 등 복지관의 강점을 연계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신규 추진 과제로는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고 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보이스피싱, 성범죄 등 범죄 피해에 취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의 행동이 범죄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인 범죄와 관련된 일련의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까지 목표로 두고, 우선은 교육과 유관기관 연계를 통해 피해를 줄이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양산종합사회복지관 등 지역 기관과의 연계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직업지원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고 관장은 “취업시킨 곳은 최저임금과 4대보험이 보장되는 곳이 꽤 있다”며 “대표적으로 요양보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일자리로 8명이 취업해 나간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을 해본 경험’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의 직업 연계 생태계와 관련해 양산시 직업재활센터 등과의 역할 분담과 협업 필요성도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가장 큰 현실의 벽은 공간"…지역과 함께 풀 과제
복지관 운영의 어려움으로는 ‘공간’을 꼽았다. 고 관장은 “예산도 중요하지만, 체감하는 가장 큰 벽은 공간이 좁다는 것”이라며 “지역으로 더 많이 나가야 하는데, 복지관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지 않아 프로그램 운영에 제약이 생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 관장은 “발달장애인도 특별하거나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이웃이며, 단지 발달의 길이 조금 다를 뿐”이라며 “함께 어울려 활동하고 이야기하고 일하고 싶어한다.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품고 살아갈 지역 주민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관의 이름처럼 변화는 ‘시나브로’ 찾아온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일은 결국 지역이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