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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 미나리·배내골 고로쇠 축제 불발…‘방문의 해’ 첫 장에 남은 공백

봄을 열던 축제들, 올해는 멈춰
주민자치회 보조금 미신청으로 예산 미편성…매화축제만 개최 전망
미나리 축제 후유증·고로쇠 생산 감소 겹쳐 지역 봄축제 공백
합법 전환 실패·고령화 여파…양산 봄 대표축제 연속 중단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07일

‘2026년 양산 방문의 해’를 알릴 첫 봄 축제로 기대를 모았던 원동 미나리 축제와 배내골 고로쇠 축제가 올해 모두 열리지 않는다. 양산의 봄을 대표해 온 두 축제가 동시에 멈추면서 방문의 해 출발선에는 뜻밖의 공백이 생겼다.

양산시에 따르면 올해 두 축제와 관련한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주민자치회가 주최·주관해 온 행사로, 올해 보조금 신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개최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2026년 양산의 첫 공식 봄 축제는 원동 매화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동 미나리 축제의 중단 배경에는 지난해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2025년 축제는 관행처럼 이어져 온 농지·축산 관련 불법 문제를 해소하고 ‘합법 축제’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양산시 역시 이 취지에 공감해 보조금을 대폭 늘려 지원했지만 새로운 운영 방식은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준비 부족과 수익 구조의 한계가 겹치며 재정 부담이 커졌고, 결국 축제 이후 주민자치회 내부에서도 큰 상처가 남았다. 그 여파가 올해 보조금 미신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축제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예고된다. 공식 행사는 열리지 않지만 원동 일대에서는 이전의 불법 영업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주민자치회 중심의 축제 운영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이제는 시가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 질서를 함께 관리하는 행정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내골 고로쇠 축제는 사정이 더 깊다. 2003년 시작돼 20년 넘게 양산의 봄을 책임져 온 이 축제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뒤 끝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수액 생산량 저하, 승계자의 부재가 겹치며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시 관계자는 “고로쇠 수액 확보량이 축제를 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있어 주민자치회에서도 행사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약 500명이 생활하는 배내골 지역에서는 과거처럼 작목반을 구성해 대량 채취를 하는 구조 자체가 유지되기 힘든 상태다.

그동안 원동 미나리와 배내골 고로쇠 축제는 매화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양산의 봄을 완성해 왔다. 먹거리, 공연, 주민 참여가 어우러진 상생형 축제는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계절의 리듬을 전해왔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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