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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돌아온 법기리 사발… NPO법기도자, 동아시아 도자사 새 지평 연다˝

귀환 사발 18점 공개… 한·일 도예가 8인 교류 작품 함께 전시
4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법기리 사발, 양산에서 원점 재조명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09일

‘2025 법기도자 명품전’이 오는 12월 18일 양산시립박물관에서 막을 올린다. 전시는 2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이어지며, 일본에서 실물로 가져온 귀환 사발 18점을 포함해 한·일 도예가들의 교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흙과 장인, 불길이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며 조선 도자의 혼을 빚어낸 이 작은 마을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NPO법기도자(이사장 신한균)가 지난 몇 해 동안 추진해 온 가마터 복원과 국제 학술 교류의 성과가 올해 ‘2025 법기도자 명품전’으로 결실을 맺으며 귀환 사발 특별전과 한·일 도예 교류전이라는 두 축으로 확장됐다.


법기리 가마터는 1963년 국가사적 제100호로 지정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정 이후 오랫동안 현장은 방치되어 왔고, 법기리 도자의 명맥 역시 학계의 깊은 조명에서 멀어져 있었다.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신한균 사기장(현 NPO법기도자 이사장)과 박영봉 전 사무국장이 법기리 도자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침묵하던 가마터는 다시금 연구와 복원의 논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같은 해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전남 강진·전북 부안의 가마터가 이미 박물관 건립과 출토품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법기리는 아직 전용 박물관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간극은 ‘법기리 도자의 진정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더욱 강하게 했고, 이후 발굴·연구·국제 심포지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을 촉발했다.

2017년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발굴조사는 학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대규모 가마시설이 실제 형태로 드러났고, 이를 통해 법기리가 조선시대 다도구 생산의 핵심지였음을 과학적·고고학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특히 법기리에서 출토된 사금파리가 일본의 유명 차사발과 형태·소지·굽 처리까지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법기리—일본 차문화의 연결고리는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다니 아키라 노무라미술관 관장과 신한균 이사장이 공동 발표해 학계 반향을 일으켰다.

임진왜란 이후 양국의 공식 교류가 끊긴 상황에서도, 일본 차인들의 조선 사발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었다. 이에 동래부를 중심으로 일본 주문자들이 형태·비례·디자인을 지정하는 주문 제작 시스템이 운영되었고, 완성된 고급 다완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 역사적 배경 때문에 오늘날 한국에는 법기리계 사발 단 한 점조차 남아 있지 않다. 400년을 돌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NPO법기도자는 지난해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법기리계 조선 사발 13점을 확보해 국내 첫 전시를 성료했다. 까다로운 절차와 국가 간 협의를 뚫고 열린 이 전시는 “400년 만의 귀환”이라 불리며 일반 관람객은 물론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2025 법기도자 명품전’은 규모와 내용 모두 확장되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일본 소재 귀환 사발 18점 국내 전시,임진왜란 이후 일본 도자 문화의 기틀을 세운 14대 이삼평·다카토리야끼 종가 13대 다카토리 작품 전시, 한·일 도예가 8인의 교류 작품 공개 등은 양산이라는 지역에서 조선 도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아시아 도예의 미래를 하나로 잇는 장이 되는 것이다.

전시는 12월 18일 오후 4시 개막, 28일까지 양산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400여 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다도 문화의 정수로 자리 잡았던 법기리 사발. 그 사발이 만들어졌던 가마터는 한때 잊혀진 공간이었지만, NPO법기도자의 지속적인 활동과 학술 교류, 국제 전시를 통해 이제 조선 도자의 ‘원점’으로 다시 서고 있다.

법기리는 더 이상 단순한 지역 유산이 아니다. 동아시아 도자 문화의 교차점, 조선 도자의 역사적 고향, 새로운 국제 도예 연구의 중심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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