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제를 맡은 송영조 부경대 연구교수는 ‘시민과 함께 꿈꾸는 양산의 미래’를 주제로, 양산 경제 구조의 변화를 짚었다.
송 교수는 “1960~80년대 양산은 고속도로 개통과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개발에 힘입어 자연성장기에 올라탔지만, 지금은 제조업 부가가치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어도 크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 스스로 전략을 세워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지역주도 성장체제 구축 ▷탈탄소·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도시로의 전환 ▷신산업 발굴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손상락 박사 “강소기업·바이오·15분 도시·UN물류센터가 핵심 축”
이어 손상락 경남도의회 입법담당 박사는 양산의 산업·공간 전략을 네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손 박사는 먼저 “양산 성장의 바탕은 제조업과 물류”라며 “제조 기반을 지키면서도 양산형 강소기업 지정·육성 정책을 통해 작지만 강한 기업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경남에는 55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지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양산 소재 기업이 10개에 이른다. 그는 “정부 지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창원·김해처럼 시 자체의 강소기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축은 바이오헬스·스타트업 산실 도시다. 그는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실패했던 경험을 상기시키며 “16년이 지난 지금, 양산부산대병원과 의과대학, 에너지바이오본부까지 들어선 상황은 당시와 전혀 다르다”며 “정부가 추가 지정을 추진하는 현 시점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부산·경남·부산대·경남테크노파크가 참여하는 동남권 초광역 전략으로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축은 지속가능한 ‘15분 도시’ 구상이다. 손 박사는 “양산은 산과 계곡을 따라 길게 뻗은 선형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양산 도시철도 2개 노선을 중심축으로 삼아, 도시 어디에서든 15분 안에 보건·교육·문화·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도시, 시민이 체감하는 정주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축은 물류 중심도시 전략이다. 손 박사는 “전자상거래 확대와 생활물류 증가로 복합물류터미널(IFT)은 활성화됐지만, 부산신항 배후단지 확장으로 양산 ICD(내륙컨테이너기지) 물동량은 크게 줄어들었다”며 “ICD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재구조화와 함께 UN 국제물류센터 유치를 연계해 동남권 물류 허브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토지이용규제와 임대기간 등 제약이 있지만, 경남도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만큼 양산시와 경남도가 TF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은 부울경 물류 허브… 바이오·배터리·문화까지 한데 묶어야”
패널 토론에서는 양산의 물류·신산업·문화 전략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태훈 부산테크노파크 해양ICT센터장은 “현재 해외 직구 물류는 대부분 대전을 거쳐 전국으로 재분배되는데, 대전 이남 물량은 부울경 광역권에서 처리하는 체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남양산IC·양산IC·물금IC·국도 7호선이 만나는 양산은 동남권 물류 허브센터 입지로 가장 유리한 도시”라고 평가했다.
경남대 박갑제 교수는 양산의 강점을 “자연과 레저, 영남알프스로 이어지는 관광자원”에서 찾았다. 그는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일자리뿐 아니라 문화·여가·정주환경이 좌우한다”며 “양산만의 브랜드를 가진 ‘재미있는 도시, 펀 시티’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남알프스와 양산천, 베네치아 트레킹 코스 등을 바이오헬스 산업과 연계한 의료·힐링 클러스터로 발전시키자는 주장도 내놨다.
문화교육연구소 전이섭 소장은 양산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짚었다. 그는 “양산은 가야도 신라도 아닌, 경남과 부산·울산 사이에 걸친 모호한 경계도시지만, 이 모호성이 곧 다양한 확장의 가능성”이라며 “황산역·원적산 봉수대 등 옛 길의 기억을 되살려 해양과 내륙을 잇는 ‘길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모자이크 사업’으로 제안됐던 바이오헬스·의료관광 전략을 다시 꺼내 ‘양방 클러스터’로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배터리·부품산업·AI 제조혁신… “신산업의 최전선 양산이 노려야”
토론회에서는 전기차·배터리와 부품·소재 산업, AI 기반 스마트 제조혁신 등도 양산이 놓치지 말아야 할 신산업의 최전선으로 지목됐다.
참석자들은 2025년 준공 예정인 가산일반산업단지 내 미래차 배터리 산업지원센터, 사용후 배터리 진단·회수·재사용·재활용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공유하며 “배터리 산업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존 자동차·금속·기계 중심 산업을 고부가가치 로봇부품·센서·정밀금형으로 고도화하고, 중소 제조기업의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팩토리·AI 자동화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손상락 박사는 “행정 안에 AI 전담 조직을 두고, 자영업·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업과 자영업 비중이 커진 만큼,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생태계로서 별도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질문 “동양산의 길은 어디에”… “37만 시민 삶 바꾸는 마중물 되길”
질의응답 시간에는 문화 인프라 확충과 동양산 지역의 발전 방향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늘 ‘37만 양산시민’이라고 말하지만, 남부권과 동양산의 과제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하느냐”며 보다 구체적인 지역별 전략을 요구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도시임에도 문화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서적 안정과 문화 향유를 위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양산은 제조·물류 중심도시라는 이미지만으로는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며 “문화·역사·자연을 아우르는 도시브랜드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이다윗 지방전략연구원장은 “오늘 제시된 물류·바이오·배터리·스마트제조·문화전략이 단발성 논의로 끝나지 않으려면 행정·산업계·시민이 함께 구체적인 실행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옥문 양산미래혁신연구원 원장은 “양산은 그동안 자연성장에 기대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길을 선택해야 할 때”라며 “이번 토론회가 제조도시 양산이 ‘지속가능·바이오·스마트 도시’로 옷을 갈아입는 첫 단추, 37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