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의 얼굴] “35년 수학 교사에서 디카시 시인까지… 멈추지 않는 배움의 사람, 윤석광”
생활도예·시니어모델·디카시, 새로운 길 위에 피어난 두 번째 봄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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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광 시인 |
| 주남동 21-5. 윤석광 시인이 살고 있는 집이자 그의 첫 디카시집 제목이 된 숫자다. 가을빛이 느긋하게 번지던 어느 날 그를 만났다.
“35년 동안 적성에 안 맞았다 아입니까?” 윤석광 시인이 웃으며 건넨 이 한마디 속에는 한 사람의 결심과 회한 그리고 늦게 찾아온 새로운 시작이 깃들어 있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35년을 걸어온 그는 퇴직 후 6년 만에 완전히 다른 세계로 건너왔다. 도예학과에 입학했고 시니어 연기 모델에도 도전하고 있으며 그리고 디카시라는 새로운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정답을 가르치던 그의 ‘이과적 삶’은 은퇴 이후 오히려 예술이라는 문과의 강으로 흘러갔다.
“학교 다닐 때부터 시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씩 했죠.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선 기회가 되면 시집을 한 번 내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시를 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생활시처럼 일기처럼 쓰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디카시’를 만났다. 사진과 짧은 글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새로운 시 형식, 그 만남이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사진 한 장과 짧은 글이 같이 붙어 있는 거라더라고요. 말하자면 꿩 대신 닭이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게 참 재미난 길이더라고요.”
사진을 오래 찍어온 그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찾았다!”라는 감각, “한 컷을 건졌다”는 쾌감이라고 표현했다. 빛의 방향, 순간의 표정,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그에게 언어의 씨앗이 된다. 그는 웃으며 “사진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글이 안 써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예술 여정에는 아내의 영향도 컸다. “아내가 먼저 시작해요. 염색도, 도자기도. 따라가면 아내는 빠지고 제가 남습니다.” 결국 그는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생활도예과에 입학해 졸업까지 마쳤다.
이어 시니어 연기모델학과에도 도전해 현재 1학년 재학 중이다. “도예과보다는 훨씬 힘듭니다. 앉아 만드는 건 쉬웠는데 여긴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스피치·워킹·연기·메이크업까지 못 하는 게 없어요.” 하지만 그는 힘든 만큼 오히려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가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 지는 3년 남짓, 그러나 그는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제1회 경북 문경연가 디카시 공모전 금상(상금 200만 원), 제6회 ‘달성 시로 물들이다’ 우수상, 이병주문학관 디카시 공모 장려상, 제2회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최우수상 등 굵직한 수상이 이어졌다.
“상금 200만 원이면 큰 상 아닙니까. 제가 이과생인데, 문과 사람들 사이에서 금상 받았으니 이름은 좀 팔렸죠.”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눈끝에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첫 시집 제목 〈21-5〉는 그의 집 주소다. 집에서 건진 사진이 많아 자연스럽게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작업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뿌리는 여행이다. “여행을 하면 재래시장은 꼭 갑니다. 그곳 사람들과 음식, 삶이 진짜예요. 빈부격차에서 오는 감정, 사람들의 표정… 그런 게 다 시의 재료가 되죠.”
코로나 시기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45일 동안 비행기를 26번 탔다”며 “무서우면 아무도 못 갑니다. 시간과 돈은 쓸 줄 아는 사람의 몫이니까요”라고 배낭여행의 기억을 꺼냈다.
또한 그는 “시를 쓸 때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까지 품고 가는 게 시인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쓰는 것. 셔터를 다시 누르고 한 줄을 더 쓰는 것. 그것이 제 각오이자 철학입니다”라며 시집 머리말의 문장을 빌려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윤 시인은 두 번째 시집에 대해 “여행과 일상, 그 사이에서 숨 쉬는 작은 존재들을 담고 싶습니다. 집 마당의 벌레, 새벽의 매미, 포도넝쿨…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더 깊이 전하고 싶습니다. 하루 한 편이라도, 시가 오면 즉시 붙잡는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에게 하루의 장면들은 곧 시가 되고 삶이 된다. 매미 울음, 포도넝쿨의 그림자, 여행지의 시장, 집 마당의 작은 벌레 등 주남동 〈21-5〉라는 주소는 그의 삶이 시로 탄생하는 출발점이며 윤석광 시인의 두 번째 봄이 묵묵히 자라는 자리이기도 하다.
■ 윤석광 시인 약력
경북 영천 출생
2024년 문학고을 디카시 신인문학상 등단
양산디카시인협회 부회장 생활도예과 졸업·시니어 연기모델학과 재학 도자기 공방 ‘소소(小少)’ 운영 디카시집 〈21-5>발간, 세계50여개국 배낭 여행 주요 수상: 2024년 이병주문학관 전국 디카시 공모 장려상, 제6,7회 '달성 시로 물들이다' 전국 디카시 공모 우수상 수상, 제2회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부문 최우수상, 제1회 경북 문경연가 디카시 공모전 금상 등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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