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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상] 가을에는 아빠가 사무치게 그립다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5년 10월 24일
정영나 에세이 글쓴이
코끝에 청량한 공기가 스친다. 아빠의 계절이 점점 가까이 왔다는 게 느껴진다. 이런 기분을 매년 느낀 지도 어느덧 열 번째다. 아빠는 10년 전, 10월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나셨다. 그해 8월 어느 때쯤에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가셨다. 뭐가 그렇게도 급하셨을까.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아빠는 그리 가셨지만, 남겨진 가족은 쉽게 아빠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한동안은 날마다 울면서 보냈다. 아빠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흘렀다. 그렇다고 우느라고 일상을 멈출 순 없었다. 엄마를 어떻게든 챙겨 드려야 하니까 말이다. 일상을 살 듯이 평범하게 지내면서 울지 않으려고 억지로 애를 써보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아빠의 빈자리가 선명해져서 결국에는 울음을 터트렸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울었다. 울다가 평소처럼 살다가 울다가 또다시 평소처럼 살다가. 반복되었다. 이런 삶도 시간은 흘렀다.

해가 바뀌고 이사를 하기로 했다. 아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의 다리 관절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아빠가 살아계실 때도 이사를 염두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빠가 안 계신 마당에 너무 빨리 결정한 것 같아 나는 자꾸 망설여졌다. 아빠와의 오랜 추억이 스며 있는 집을 이렇게 냉큼 떠나버리는 게 맞는가 싶어서다. 시골 외가댁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그대로 두었는데 우리 집은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무진장 싫었다. 결코 그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아빠가 돌아가신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이사를 했다. 첫 기일만은 지내고 옮겼으면 하고 바랐는데, 집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팔려 버렸다. 멀리 가고 싶지 않았다.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싶지는 않아서 내가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예전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빠 없이 새 둥지를 틀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 집에서는 아빠가 계시지 않는 게 낯설면서도 현실 같지 않았다. 왠지 아빠가 언젠가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실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한 지금의 집에서는 아빠가 계시지 않은 게 역시나 낯설긴 했지만, 그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는 게 달랐다. 너무나도 슬펐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10년이면 엄청난 변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사람의 마음 변화는 어떤 외형의 변화만큼 그리 크지는 않은 듯하다. 이 또한 사람마다 다를 터지만 나는 그렇다. 나는 여전히 아빠가 몹시 그립고 여전히 아빠께 죄송한 마음이 크고 여전히 아빠 없는 빈자리가 허전하고 아프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리움은 점점 더해지기만 하고 아무리 달리 생각해도 후회는 계속되고 어떤 것으로도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으며 무엇으로도 아픈 마음은 치료되지 않는다. 10년이 더 흐르면 좀 나아질까. 잘 모르겠다.

어디서 이런 말을 봤다. “후회는 사람을 상하게 한다.” 나는 이 문장을 아빠와의 이별로 뼈저리게 느꼈다. 아빠께 잘해드린 것도 별로 없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유독 못 해 드린 것만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내 가슴을 후벼팠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힘들고 나를 아프게 한다. 좋았던 기억으로 추억하다가도 이내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 

아프신 아빠를 두고 돌봄에 대한 걱정부터 했던 나를 자책한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식 된 도리를 저버린 것 같아 너무나도 죄스럽다. 후회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후회가 적으면 적을수록 사람을 덜 상하게 한다. 뼈저리게 느끼는 건 배움이다. 그래서 엄마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후회를 최대한으로 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빠가 떠나시면서 나에게 주신 커다란 가르침이다.

아빠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셨다. 사시사철 베란다 화분을 돌보시다가 가을이 되면 국화가 심긴 화분 여러 개를 사와 애지중지 기르셨다. 그땐 국화 향기에 날아드는 벌이 무서워서 활짝 핀 국화가 아름다운 줄도 몰랐다. 매년 가을에 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다가 어느 해에 문득 그 시절 국화가 떠올랐다. 

아빠는 가을에 피는 국화를 보며 그 계절을 만끽하셨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을을 참 좋아하셨던 분이었단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넉넉한 성품이 가을과도 닮으셨다. 가을을 닮은 아빠가 가을을 품고 떠나셨다. 늘 그리운 아빠가 가을에는 사무치게 그립다. 가을이 깊어져 간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도 한층 짙어진다.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5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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