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천성문인협회, 2025년 가을 안동 문학기행
흐린 하늘 아래 피어난 문학의 향기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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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상뉴스(웅상신문) |
| 깊어가는 가을, 천성문인협회(회장 신진철)가 지난 10월 18일, 유서 깊은 도시 안동으로 가을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부터 흐린 날씨가 이어졌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회원 28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이번 행사는 천성문학 겨울호 제17호에 실릴 사진, 시, 수필 등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로, 협회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 중 하나이다.
문학기행의 첫 일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안동에 위치한 이육사문학관이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한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회원들은 흐린 초가을 하늘 아래 단체사진을 찍으며,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저항 시인 이육사의 삶과 시 세계를 되새겼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시인의 대표작 『광야』의 구절을 비롯해 그의 정신적 흔적과 형무소 관련 역사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관 주변에는 단풍나무와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제법 차가운 가을 바람 속에서도 시인의 기개와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회원들은 “비록 흐린 날씨였지만 이육사의 정신만큼은 한 줄기 빛처럼 우리 마음에 새겨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번째 일정은 안동의 명물 ‘50년 전통 헛제사밥집’에서 진행됐다. 향토의 맛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즐기며 회원들은 문학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후원회장 이제혁 회원이 참석 회원 모두에게 안동 특산품인 간고등어 선물세트를 준비해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후 월영교를 걸으며 낙동강 위로 잔잔히 내려앉은 물빛을 감상하고, 월영정과 안동댐을 배경으로 개인별 사진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387m 목조 다리 위에서 펼쳐진 강 풍경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층 더했다.
이어 문학기행의 하이라이트인 하회마을 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하회마을 탐방과 별신굿탈놀이 공연 관람이었다. 원래 상설공연장 지하공연장을 찾았으나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에 회원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마을로 걸어가던 중 출연자 복장을 한 학생이 지나가기에 공연에 대해 물어보자 학생은 “오늘은 하회마을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알려주었다. 함께 마을 쪽으로 걸어가자, 피리, 장구, 북, 꽹과리 소리가 점점 커지며 풍물악단의 흥겨운 장단과 별신굿탈놀이의 숨은 공로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의 시선은 특히 하회탈 출연자들의 익살스러운 몸짓과 생동감 있는 연기에 쏠렸다.
하회마을은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풍산 류씨 종가마을로, 염행당(남촌댁), 양오당(주일제), 화경당(북촌댁), 양진당, 충효당, 영모각 등 고택을 둘러보며 선비정신과 유교문화의 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낮은 담벼락 너머로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과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가을 정취를 전했고, 600여 년 된 느티나무와 삼신당 신목인 보호수가 마을의 오랜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작천고택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역사적 기록과 후손들이 전해온 충과 효의 가르침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회원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해설사는 “이곳은 조선의 문신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집필하며 나라의 위기를 돌아본 장소”라며, “선비의 정신은 오늘날 문인들이 지켜야 할 가치와도 통한다”고 전했다. 회원들은 우산을 들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고택의 담장과 기와를 배경으로 문학적 영감을 쌓으며 걸었다.
특히,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하회마을 집돌이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충효당과 양진당 마당에서 관람하는 귀한 기회를 누렸다. 공연에는 초·중·고 전수생들도 참여했으며,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김춘택 회장과 권태경 전승교육사와의 만남도 이어졌다. 국보 제121호인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은 오리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턱이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탈은 양반과 백정 탈로 유명하다.
비로 젖은 마당이었지만, 파계승과장, 양반 과장, 신혼부부 과장 등 다양한 탈을 쓴 공연자들은 관객과 호흡하며 주저함 없이 연기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객들과 어깨춤을 추며 세계와 화합하는 대동제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흑인 관객의 어깨춤은 모두의 박수를 자아낼 만큼 흥겨운 장을 만들었다. 마지막 코스는 병산서원이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공적을 기리며 건축한 병산서원은 그의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후학들의 꿈이 담긴 곳이었다. 지금의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서원이었다. 학문과 도학정신이 깃든 서원에서 문우들은 선비정신의 근본을 되새겼다.하루 종일 흐린 하늘이 이어졌지만, 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때마다 신기하게 비가 멎어 있었다. 이는 문학을 향한 열정과 자연이 허락한 축복처럼 느껴졌다.
늦게 일정을 마친 천성문인협회 회원들은 리무진 버스를 타고 귀가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는 군위 휴게소에서 삼양추어탕으로 저녁을 모두 맛있게 즐겼다. 다시 양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회원들은 각자의 문학적 영감을 나누며 시 구절을 읊고,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새 차량 안은 웃음과 시어(詩語)로 가득 찼다.
신진철 회장은 하루 종일 흐리고 비 예보가 있던 날씨 속에서도 천성문인협회의 가을 문학기행을 회원들의 협조와 관심 덕분에 안전하고 즐겁게 마무리했다. 먼 안동까지 함께해 준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번 여정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으며, 여러 회원들의 정성과 협찬 덕분에 문학기행은 더욱 풍성했다. 특히 귀경길에 이제혁 후원회장이 정성껏 준비한 ‘안동 간고등어’ 선물은 여운을 아침 밥상까지 이어지게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협회는 고운 단풍처럼 서로의 색으로 물들며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 내년 봄 문학기행에는 더 많은 회원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며, 회원들은 예쁜 사진과 답사기를 단톡방에 공유해 문학의 향기와 가을의 정취가 더욱 짙어지길 바란다. 모두 무사히 귀가했음을 확인했으며, 이번 여정에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5년 가을 안동 문학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문학과 역사를 잇는 사색의 여정이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꺼지지 않은 시인의 혼을 담아 선비의 정신을 따라 걷는 길은 회원들에게 또 한 번의 문학적 울림을 선사했다. 참가자들은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풍경이 더 운치 있었다. 문학기행을 자주 떠나면 우리 시에도 깊이가 더해질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 기록은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문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숨 쉬는지를 보여주는 2025년 가을의 한 페이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고등어의 꿈
이 제 혁
고등어는 원래 고래의 새끼이다.
하지만 모든 고등어가 고래로 자라는 건 아니다.
바다의 온기와 깊이를 견디는 자들만이 고래가 되어 그 길고 푸른 바다를 떠돈다.
난류의 따스함을 떠나 한류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그 작은 몸을 고래로 만드는 고등어의 꿈 그 자체로 영롱하다.
나는 벌써 내년 봄 문학기행을 떠나는 포근한 길목에서 훌쩍 자란 고래들을 만날 꿈을 꾸고 있다.
글·사진=강동환 제공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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