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주의 고전과 세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자발적 고립과 가난을 통해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산 자의 명상록
윤현주/전 부산일보 논설위원·<산사의 향기> 편집장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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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현주/전 부산일보 논설위원·<산사의 향기>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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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19세기 미국판 ‘자연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자연인이 아니라 관찰과 사유와 기록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자연인’이었다고나 할까.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소로. 하버드대 졸업 후 콩코드의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체벌을 조장하는 학교 방침에 맞서 불과 3주 만에 그만뒀다. 이후 직장생활과는 거리가 먼 독자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대안학교를 운영하기도 하고 수리공, 정원사, 강사, 수필가 등 다양한 이력을 쌓는다. 그러다 마침내 월든 호숫가의 숲으로 들어간다. 28살 때의 일.
『월든』은 1845년 7월~1847년 9월까지 2년 2개월간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살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한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는 왜 숲으로 들어가 자발적 고립을 택했을까?
“내가 월든 호수에 가는 목적은 비천하게 살기 위해서도 호화롭게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가능한 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사업(글쓰기)을 하려는 데 있었다. (중략)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에만 직면해도 인생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죽을 때 내가 인생을 헛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삶을 깊이 살고 싶었고 삶의 정수를 죄다 흡수하고 싶었고, 스파르타인처럼 강인하게 살아서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파괴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그는 삶의 본질 속으로 몸을 던져 독자적 삶을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단순히 숲속에서 세상과 동떨어진 은자의 멋에 도취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 가난과 고립을 통해 자연과 합일된 진실한 삶을 갈구한 것이다. 당시는 산업혁명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가 벌떼처럼 일어서던 때. 숲은 쓰러지고 그 자리에 철도가 놓이고 공장이 들어섰다. 물질은 풍요로웠고 도시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민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했던 소로는 노예와 자연의 신음 위를 질주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을 터. 소로는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는 현대 문명의 허울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더 적게 갖고도 만족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모색해 나갔다.
숲속에서의 삶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비롯했다. 그의 관찰은 집요하고 세밀하고 지속적이다. 그 탁월한 관찰은 우주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경지로 나아간다. 오두막의 삶은 그냥 쉬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자연과의 소통과 유희인 셈.
소로는 스펜서의 시구(‘고장 고귀한 정신이 가장 큰 만족을 얻는다’)를 모토로 삼아 숲속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면서 중국 탕왕이 욕조에 새겼다는 ‘매일 매일 새로워진다(日新又日新)’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하루의 아침을 맞이했다. 소로는 자급자족을 실행에 옮기며 ‘흑자’ 인생을 경험한다. 2년 동안의 숲속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 ‘간소하게 살면서 자기가 기른 농작물만 먹되 필요한 만큼만 기른다면, 또 수확한 농작물을 사치스러운 기호식품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땅만 경작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소로는 집도 옷도 인간의 생필품에 불과한데, 집과 옷 구입에 일생을 허비해야 하는 물질사회의 탐욕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겐 인생의 가치가 최저로 하락한 노년기에 확실치 않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돈벌이로 소진하지 말 것을 충고한다.
『월든』은 빛나는 문장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이 충분하다. 소로의 문체는 꾸밈없고 간결하면서도 힘차다. ‘한 주가 지날 때마다 나무들은 조금씩 저마다의 특성을 드러내며, 거울처럼 매끄러운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껏 뽐냈다. 아침마다 이 화랑의 주인은 벽에 걸린 오래된 그림을 떼어내고 훨씬 화려하고 채색이 조화로운 그림을 내걸었다.’ 매일 변하는 가을날 월든 호수 풍경이 손에 잡힐 듯하다. 소로는 윌리엄 해빙턴의 시 구절을 인용하며 지리적 발견보다 개인 내부의 미개척 항로를 개척하라고, 그리하여 마음속 ‘우주지리학’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월든』은 다음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시간이 흐른다고 새벽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지 않고 깨어 있는 날에야 새벽이 찾아온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과 전통과 일상에 물들지 말고 매일 매일 새롭게 깨어나라는 뜻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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