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관솔에 생명을 새기다 ― 인옹 오윤용 목조각가 개인전
천태산의 숨결을 품은 나무, 장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다 웅상갤러리, 10월 25일까지 전시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18일
깊어가는 가을, 웅상 소주동 신원아침도시 앞 웅상갤러리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지정문화재 조각기능 보유자인 인옹(印翁) 오윤용 목조각가의 개인전 ‘관솔에 생명을 새기다’가 그것이다.
지난 9월 25일 개막 이후 수많은 관람객이 찾으며 “나무가 숨 쉬는 듯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관솔(貫率)은 벼락을 맞은 소나무의 송진이 굳어 만들어진 단단한 나무를 말한다. 일반 나무보다 훨씬 단단하고 칼이 잘 들어가지 않아 다루기 어렵지만 그만큼 희귀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재료다.
오 작가에게 관솔은 단순한 목재가 아니다. 그는 “벼락에 맞아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증거”라고 말한다. 그의 조각칼은 그 굳은 나무 속에서 잠든 숨결을 깨워낸다.
“관솔은 칼이 들어가지 않아요. 밤새 칼을 대도 꿈쩍하지 않죠. 하지만 그 속엔 오래된 생명이 숨어 있어요. 그걸 꺼내는 게 제 일입니다.”
그가 처음 관솔을 만난 것은 40여 년 전 원동 천태산 8부 능선이었다. 바위틈에 걸린 나무 한 덩이를 온몸으로 껴안고 내려오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조각은 형태가 아니라 생명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이후 오 작가는 관솔과 함께 살아왔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틴 나무를 칼끝으로 다시 숨 쉬게 하며,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대화를 들었다.
대목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나무의 결과 향을 가까이했다. 15세 무렵,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본 순간 “나도 저런 생명력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 불씨는 지금도 꺼지지 않았다. 반세기 동안 그는 수많은 나무를 만나며 “조각은 형태가 아니라 생명을 깨우는 일”임을 몸으로 증명해왔다. 그의 손끝에서 단단한 관솔은 부처의 얼굴, 사람의 미소, 자연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작품이 후대에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그의 이 말은 이번 전시의 주제이자, 한 장인의 신념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깨달은 고목’을 비롯해 관솔로 만든 목조각 2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각 작품에는 단단한 결을 살리려는 작가의 인내와 철학이 스며 있다. 불교미술의 전통 속에서도 그의 조형은 유연하고 현대적이다. 그는 전통과 창작의 경계에서, 나무와 인간이 하나 되는 순간을 빚어낸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벼락 맞은 소나무 속 송진처럼 단단하게 응축된 생명, 그 생명을 다시 불러내는 장인의 손끝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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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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