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5-25 오전 12:07: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연재

[지역역사기획] “해와 달, 바다를 건너다

포항 영일만에서 일본 이즈모까지, 신화 속에 남은 교류의 기억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08일
귀비고 전경

포항 영일만은 단순한 설화의 무대가 아니라 신라와 일본을 잇는 해양 문화 교류의 현장이었다.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해와 달의 빛을 잃은 신라가 다시 빛을 되찾는 신화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배경에는 신라의 직조와 철기, 농경 문화가 일본으로 전해진 역사적 맥락이 담겨 있다.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귀비고(貴妃庫) 전시관이다. 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하던 창고로 전해지며, 오늘날에는 신라와 일본을 연결하는 문화사의 상징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신라는 직조 기술이 발달해 유리왕 시대에는 ‘가배(嘉俳)’라는 국가적 직조 경연을 열었다. 이는 국가 위신을 드높이는 의례였으며 직조는 곧 권력과 문화를 상징했다. 이 직조 기술은 일본으로도 전해졌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왕자 아메노히보코가 일본으로 건너가 직조법을 전했다고 하며, 일본 오사카 지역 하타(秦)씨 집단의 뿌리와 연결된다. 일본의 ‘니시오리(織部)’라는 성씨 역시 ‘베 짜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는 신라의 직조 문화가 일본인의 정체성과 직결될 만큼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영일만과 형산강 유역은 철기문화의 중심지였다. 초기 철기시대 무덤과 고분에서 철제 무기와 농기구가 다수 출토되었으며 삼국시대에 이르면 신라는 고도의 제철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가라사비(韓鋤, 한국식 쟁기)’ 전승으로 남아 있다.

신라의 철제 농기구와 무기 제작 기술이 일본 야요이 시대에 전파되며 일본 농업혁신과 군사력 강화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태양은 곡식 재배와 직결된 존재로 농경 사회에서 곧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영일 지역의 제의는 태양숭배 사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었고 이는 연오랑세오녀 설화 속 ‘해와 달’ 모티프와도 맞닿아 있다.

한반도의 선진 벼농사 기술은 일본에 전해져 야요이 시대 농업혁신의 토대가 되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견된 탄화미와 토기, 논 유적은 한반도 남부의 벼농사 기술과 직접 연결되는 증거로 평가된다.

포항·영일 일대 옛 소국 근기국(斤奇國) 주민들은 태양에 제사를 올렸으며 신라는 이를 국가 제사 체계로 흡수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사방의 제단에서 천제를 지냈는데, 이 과정에서 해와 달을 기리는 ‘일월제(日月祭)’가 국가적 의례로 정착했다.

이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신화적 배경이자 태양·달 숭배 전통이 제도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 고대 문헌인 『고사기』와 『일본서기』에는 신라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이 다수 등장한다. 아메노히보코를 비롯해 스사노오 신앙과 연결된 전승은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문화 요소를 반영한다. 이는 단순히 신화 속 이야기라기보다 신라와 일본 사이의 실질적 교류와 기술 전파가 기록된 역사적 단서라 할 수 있다.

일본 이즈모 지방은 신라와의 문화 교류 흔적이 두드러진 지역이다. 스사노오 신앙을 중심으로 한 신사와 지명, 그리고 ‘히노미사키(日御崎, 해가 깃드는 곳)’ 같은 지명은 태양 숭배와 한반도 전승의 흔적을 보여준다.

연오랑세오녀 설화 역시 이러한 해양 교류의 기억을 담은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영일만을 출발점으로 한 신라의 문화는 일본 이즈모·교토 일대에 깊은 흔적을 남겼으며 이는 오늘날 신화와 유적 속에서도 확인된다.

귀비고 전시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단순한 전래담이 아니라 신라와 일본을 잇는 해양 네트워크의 역사로 확장해 보여준다. 비단과 철, 벼농사와 제천의례는 신라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어 동아시아 고대사의 흐름을 형성했다. 포항의 설화는 곧 동아시아 문화사의 일부였으며 오늘날 귀비고는 그 기억을 되살리는 역사·문화의 아카이브로 자리 잡고 있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08일
- Copyrights ⓒ웅상뉴스(웅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생활 정보
“처음에는 부엌불 두 개 켰다고 크.. 
부동산
양산시 평산동 일원에서 첫 GS건설.. 
사람들
“돈은 따라오는 겁니다. 의미 있는.. 
단체
(사)양산시웅상상공인연합회(회장 김.. 
따뜻한 이웃
영산대 퍼스트리더 11기(회장 천봉.. 
지역행사 일정
많이 본 뉴스
양산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운영사 회생 개시결정..
웅상에 한국승강기대학교 들어 서나..
[현장] “비방 대신 정책으로”... 웅상지역 후보들, ‘공명선거’ 엄숙 서약..
“인생의 2막은 지금부터...웅상 시니어, 런웨이 위에서 찾은 가장 빛나는 순간”..
“5월 5일, 웅상이 놀이터 된다”… 어린이날 가족한마당 개최..
[6.3 지방선거 릴레이 인터뷰] 표병호 경남도의원 예비후보 “정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 약속은 결과로 증명하겠다”..
[기획 인터뷰]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다… 인생을 사유하는 문화 사랑방”..
나동연 양산시장 후보, 선대위 발대식 개최…“중단 없는 양산 발전, 부울경 중심도시 완성” 선언..
웅상 ‘제17회 어린이날 가족한마당’ 행사 성황리에 성료..
[6.3지방선거 릴레이인터뷰] 이장호 “정치는 실무… 주민 삶 바꾸는 진짜 머슴 되겠다”..
신문사 소개 고충처리인제도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개인정보취급 편집규약 윤리강령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찾아오는 길
상호: 웅상뉴스(웅상신문) / Tel: 055-365-2211~2,364-8585 / Fax : 055-912-2213
발행인·편집인 : 웅상신문(주) / mail: news2022@hanmail.net, news2015@naver.com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덕계 2길 5-21 207호, (기장)부산시 기장군 월평1길 7, 1층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아00194 인터넷신문 등록일:2012년 7월 1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철근
Copyright ⓒ 웅상뉴스(웅상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0,041
오늘 방문자 수 : 4,866
총 방문자 수 : 30,1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