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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현장] 단체는 많고 협업은 적어… 양산 예술생태계, 구조 재편 필요

공간은 없고 단체는 많다… 시립미술관 없는 도시의 현실
예총·미협·웅상… 갈라진 단체, 흩어진 예술인
양산문화재단 7월 출범… 연결과 조율의 전환점 될까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7일
양산미술협회 전시

양산에는 예술단체가 넘쳐난다. 한국예총 양산지회를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양산지부, 케미(CAMY), 생활예술 동호회 등 다양한 조직이 활동 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활발한 예술 도시의 모습이지만, 실제 현장은 갈등과 단절의 연속이다.

단체 간 역할은 중복되고, 대표성을 둘러싼 경쟁은 잦은 내홍으로 이어졌다. 일부 단체는 회원 간 징계와 재선거를 반복했고 또 다른 단체는 기존 조직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독립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인들은 협업보다 생존을 위한 전략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양산 예술인에 대한 공공지원은 한정돼 있고, 전시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립미술관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단체는 민간 갤러리나 복지시설을 임대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한 전시를 1부와 2부로 나눠야 할 정도다. 이는 자연스럽게 단체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협업보다는 정보 비공유와 독점적 운영으로 흐르게 만든다.

양산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술계 내부의 구조적 분절과 기능 중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양산 예술계에 필요한 것은 단체 수의 확장보다 기능 조정과 조율을 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정책 전문가 B씨는 “지역 예술계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창작보다 공모 선정과 전시장 확보가 더 중요한 현실 때문”이라며, “협업보다는 우리 단체가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경쟁심이 앞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결국 대표성과 이권을 둘러싼 경쟁이 창작의 우선순위를 밀어내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산시립미술관은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특히 기능과 역할이 유사한 단체들이 제각각 활동하면서 중복되는 사업이나 내부 갈등이 반복되는 현실에서는, 이를 조정하고 협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이나 행정적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즉 지역 예술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공공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창작보다 대표성 경쟁이 앞서는 구조적 한계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양산에는 한국예총 양산지회를 중심으로 미술, 음악, 국악, 사진, 무용 등 각 예술 장르별 협회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미술 분야의 대표적 조직은 한국미술협회 양산지부로, 정기 회원전과 초대전을 운영하며 시 지원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내부 징계와 재선거가 반복되며 단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2024년 8월 출범한 ‘케미(CAMY)’는 공연, 전시, 기획의 세 분과로 나뉘어 활동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과 상호 교류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또 하나의 단체가 늘어나는 양상으로 보이며, 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웅상도서관 미니갤러리, 웅상 지역 예술인들은 자생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웅상 지역은 다소 다른 풍경을 보인다. 덕계, 서창, 평산, 소주 등 웅상권역은 지리적 특성상 양산 중심의 행정 체계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이곳에서는 2021년 8월,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웅상 지역의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웅상예술인협회, 마을 단위의 문화예술 모임이나 생활예술 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되며, 캘리그라피, 민화, 공예, 시화 등의 장르에서 자생적인 창작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공식 단체화나 시의 문화정책과의 연계는 상대적으로 약해 행정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양산과 웅상 간의 문화적 격차와 행정적 불균형은 향후 지역 문화정책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양산 중심부는 공식 단체를 통한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갈등과 경쟁이 심화되어 있고, 웅상은 자율적 예술 활동은 풍부하지만 제도 밖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편, 양산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총사업비 36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며, 2025년 초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평가 신청이 예정돼 있다. 현재 타당성 조사와 시민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술관이 개관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역 예술계는 여전히 공간 부족과 분산된 행정 속에서 각자도생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문화 행정 전문가 B씨는 “단체가 많다는 건 그만큼 요구와 필요가 존재한다는 뜻이지만 이것이 곧 건강한 생태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문제는 이들을 엮어줄 구조가 없다는 것”이라며, “단체 숫자보다 중요한 건 예술생태계를 위한 협업과 조율의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양산에는 예술단체 간 기능을 정비하고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공공 중재 기관이 없다. 광주의 문화재단처럼 지역 예술계와 행정을 잇는 중간지원조직, 혹은 대구처럼 예총 중심의 협업 체계를 제도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간과 재정을 넘어서는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양산문화재단은 지역 예술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양산 예술계가 겪고 있는 단체 간 갈등, 기능 중복, 공공지원의 편중 문제 등을 문화재단이 일정 부분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공모사업 운영, 예술인 지원, 공간 기획 등 문화 행정의 실무를 맡게 되며, 단체 간 경쟁을 조정하고, 예술인을 위한 협업 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예총, 미술협회 등 다양한 단체 간 기능 정리와 상호 조율, 그리고 웅상 지역 예술인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구조 마련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향후 개관할 양산시립미술관도 문화재단이 운영 주체로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전시공간 확보를 넘어, 기획력과 네트워크 중심의 창작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계 간의 긴밀한 소통 구조가 필수적이다.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공간과 예산이라는 기반 위에, 협업을 설계하고 분산된 예술인을 연결할 공공 거버넌스가 더해질 때 비로소 생태계가 작동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양산 미술계는 수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구조적으로는 고립돼 있다. 단체는 많지만 신뢰는 약하고, 작가는 많지만 연결망은 부족하다. 시립미술관 개관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진정한 예술생태계는 함께 가려는 ‘마음’과 이를 가능하게 할 ‘구조’에서 시작될 것이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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