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5-23 오후 04:48:0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박극수의 역사이야기

문화산책 / 통도사의 봄

강명숙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1년 03월 04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통도사의 봄을 만나러 가는 길, 산문 앞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영축산문을 들어선다. 양산천 맑은 물길과 나란히 한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은 세심(洗沈) 길이다. 일주문 가까이 수양매는 아래로 드리운 가지에 연분홍 꽃을 달았다.

통도사의 봄은 영각 앞뜰에 선 `자장매`라는 이름을 가진 고매 홍매화의 개화로부터다. 나뭇가지에서 시작되는 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꽃이라 한다. 자장매가 필 즈음이면 절 마당은 야단법석이다. 소위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사진작가들의 카메라부터 범인들의 스마트폰까지 꽃을 담느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다. 그 틈새로 필자도 몇 장의 사진을 담는다. 해마다 자장매를 만나러 산문을 찾으니 아예 연례행사가 되었다.

북새통 사람들 사이로 알싸한 매향이 스친다. 신흠(申欽)의 `야언`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한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화는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다. 선비의 기상과 지조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수백 년이 지나도 이 가르침은 아직 시대를 겉돈다.

자장매를 만나고 난 후, 통도사에 딸린 암자의 봄을 만나러 극락암으로 발길을 옮겼다. 몇 해 전 삼월 초 봄눈이 내린 날 설중매를 보려고 통도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매화에 내린 눈은 이미 녹기 시작해 볼품이 없게 되어 있었다. 서운한 마음을 다독이며 극락암을 찾아갔다. 본 절 보다 높은 곳에 자리한 극락암에는 눈의 흔적이 제법 남아 있었다. 삼소굴(三笑窟) 마당 산수유 노란꽃 위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살포시 집어 올려놓은 듯 자잘한 꽃송이마다 눈이 얹혀 있었다. 눈 구경이 쉽지 않으니 이런 풍경은 아름다움이 지나쳐 신비스럽기조차 했다. 삼소굴 뜰에서 어디 세 번 만 웃었을까. 가벼운 웃음을 열 세 번도 더 웃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웅상뉴스(웅상신문)
삼월 첫 날 비가 오고 있다. 봄을 불러들이는 비 치고는 끄느름히 종일 내리고 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전령사로 왔던 이른 봄꽃은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 자리에 계절 봄은 성큼 터를 잡고 꽃들의 정령을 깨워 곧 사방에 꽃불을 피워낼 것이다.

통도사 자장매와 영취매, 통도매는 이제 꽃잎을 떨굴 때라 말한다. 통도사의 이른 봄은 이렇게 떠나고 있다. 통도사의 짧은 봄이 아쉽다. 그 서운함을 당나라 여류 시인 `설도`의 시 `춘망사`로 달래본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21년 03월 04일
- Copyrights ⓒ웅상뉴스(웅상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생활 정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의학과 .. 
부동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 
사람들
“지역의 역량을 일깨우고 성장시키는.. 
단체
양산문화원(원장 박인주)과 원효함(.. 
따뜻한 이웃
지난 1일 웅상노인복지관(관장 이명.. 
지역행사 일정
많이 본 뉴스
가볼만한 곳/ 상북면 대형카페 `6월 육일`, 복합문화공간 새로운 발돋움..
2024 양산웅상회야제 오는 25일 열린다...26일 양일간..
[수요드로잉] 발라툰호수의 티하니 마을..
“웅상 공공의료원 설립...과감한 행정적 지원 나서달라”..
덕계상설시장, ‘동네시장 장보기’..
[전문가탐방] 이주영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변화하는 세법 쉽게 간편하게 접근, 절세 전문가로 발돋움”..
웅상 수원보호구역 해지 투쟁사..
길을 떠나다(35) /몽골 여행13, 허르헉을 먹다..
웅상 제15회 어린이날 가족한마당 오는 4일로 변경 개최..
[수요드로잉] 초록의 계절, 중앙근린공원으로 소풍가요~..
신문사 소개 고충처리인제도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개인정보취급 편집규약 윤리강령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찾아오는 길
상호: 웅상뉴스(웅상신문) / Tel: 055-365-2211~2,364-8585 / Fax : 055-912-2213
발행인·편집인 : 웅상신문(주) / mail: news2022@hanmail.net, news2015@naver.com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덕계 2길 5-21 207호, (기장)부산시 기장군 월평1길 7, 1층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아00194 인터넷신문 등록일:2012년 7월 1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철근
Copyright ⓒ 웅상뉴스(웅상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6,392
오늘 방문자 수 : 1,644
총 방문자 수 : 23,135,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