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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17/눈 내리는 날

김백 시인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0년 02월 10일
↑↑ 천성산의 눈내리는 풍경
ⓒ 웅상뉴스(웅상신문)
푸른 밤이 차갑습니다. 또 한 번의 계절이 첫사랑처럼 떠나가는 겨울밤이 차갑습니다. 머언곳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는 봄의 전령들, 그 발자국소리는 문풍지 밖에서 떨고 있는데 자연의 섭리는 입춘지절입니다.

며칠 전엔 천성산 정상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하늘엔 영광 땅엔 축복처럼 산마루를 덮어주었습니다.
아직은 눈 오는 계절입니다. 가난도 감격인 것처럼.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의 목숨위에 쌓이는 온정입니다. 스륵스륵 몸부비며 안겨드는 설국의 비밀처럼 온전히 연탄(聯彈)할 수 없는 은총입니다. 사위(四圍)의 장식과 사치의 눈을 감기고 권좌와 욕망마저 지워 버리는 가난의 탄식입니다. 온기가 그리운 계절 오직 평화의 사자처럼 달려드는 폭설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운 입김 호호 불어가며 시린 발 동동댈 지라도 매서운 세상이 살갗을 때릴 지라도, 오! 하늘이여 이 적멸 너무 빨리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무진무진 눈 속에 갇혀 이 엄동 다 견디어 연두색 그대를 기다리는 이 마음 거두어 가지 말아주십시오.


눈 내리는 날

저리도 순백한 눈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눈꽃처럼 눈부신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를
묻지 말아 주십시오

이 겨울 그대가
내 마음 하얗게 멀게 한
이유를
매양 묻지 말아 주십시오.

김백의 아침편지 13 <그대가 눈꽃인 이유>

↑↑ 김백 시인
한국시인 연대 이사
계간문예 중앙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산시인 협회 회장 역임
웅상신문 고문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김경희 기자 / 입력 : 2020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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