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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에세이/ 반가사유 (半跏思惟)

김백 시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11월 24일
<김미옥의 시와사진 중에서>

가을의 슬픈 행렬을 봅니다
오직 사는 길은
저 너머에 있다고
가솔들 이끌고
가난을 움켜쥐고
그저 앞만 보고 오르기만 하던
시퍼렇던 아우성
능선을 넘지 못한
상여꾼의 소리처럼
블렄담장벽에 말라붙었습니다
슬픈 바람이 품어주는
가을의 행렬입니다.

김백의 <담쟁이>전문.

그리움이 신열처럼 돋아나는 계절입니다. 거리에 구르는 나뭇잎처럼 그리움이 우수수 날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슬픔의 늪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리움은 유리창에 맺힌 뭉클한 사랑 같아서,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대의 따뜻한 미소 같아서, 사라지는 계절엔 슬픔입니다.

무릇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것을 사전은 죽음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 앞에서 생의 영원성을 사유합니다. 삶은 곧 죽음이며 죽음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삶과 죽음은 영원과 함께 걸어가는 한 켤레의 신발, 양생(兩生)을 지닌 야누스,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 어리석은 목마, 사색할 줄 모르는 나무토막, 그리고 한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악마 같은, 그런 관계의 존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개의 양생을 숙명으로 지녔음이니,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채 마르지 않은 풀잎위의 이슬방울처럼 지금의 풍경은 죽음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그려 질 것이니 따라서 나는 지금의 삶을 내생(來生)의 데쟈뷰라 하겠습니다.
오른발을 왼 다리에 얹고 왼발을 오른쪽 무릎 밑에 넣거나 그 반대의 반가 (半跏)이거나 사유의 색은 마찬가지이려니, 데쟈뷰의 사유 또한 어제처럼 내일도 만나게 될 것이니.
생(生)과 사(死)가 분리되지 않은 거리에서 마디 같은 삶을 위해 렌즈를 갈던 “스피노자”도 죽음 앞에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금 그가 사는 세상에도 일용할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는지요.
새가 한 쪽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듯이 11월도 혼자서는 날 수 없는 철새 같아서 두 개의 날개를 펴고 계절을 건너가나 봅니다.
이제 나도 서로를 위무하듯 몸을 포개고 온기를 나누는 저 벤치위의 나뭇잎처럼 안온의 눈을 감고 반가사유하리.
↑↑ 김백 시인
한국시인 연대 이사
계간문예 중앙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산시인 협회 회장 역임
웅상신문 고문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9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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