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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보급 차사발 수출한 법기 요지… 드디어 옛 명성 되찾나

2017년 법기리 주민들과 신한균 사기장 중심 ‘NPO 법기도자’ 출범
국제학술대회를 잇따라 개최, 법기 요지의 중요성 널리 알려,
법기리 요지, 폐쇄된 지 350여년 만에 복원 로드맵이 나와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0일
↑↑ 지난 4월 27일 법기수원지 일대에서 열린 헌다제 행사
ⓒ 웅상뉴스(웅상신문)
오솔길로 지나가자 나지막한 언덕이 나왔고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법기리 요지였다. 주변에는 푸른 숲이 펼쳐져 있고 나무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흘러내렸다. 어디선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훅,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여기가 차사발을 만든 곳이란 말이지. 한때 번성했던 가마터에는 적막한 공기만 감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동면 창기마을 뒤편 산기슭에서 시작한 법기리 요지는 1천749㎡ 규모의 조선 중기 가마터로 오래 전부터 창기마을의 이름을 붙인 ‘창기사발’을 만들던 가마터로 알려진 곳이며, 조선 중기인 16∼17세기경 지방에서 사용하던 백자를 만들던 곳이기도 했다. 요지는 이곳에서 ‘대매지리산’ 또는 ‘대매재’라고 불리는 법기리 마을 뒷산의 남쪽 사면에 있는 법기수원지 아래에서부터 본법부락 주우에 위치해 있다.

법기 요지는 17세기 무렵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다시 일본과 수교를 맺고 일본 주문을 받아 수출용 차사발을 생산했다. 즉 도자기 한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자기 수출 한류 1번지로 우리나라와 일본 도자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한일 문화교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법기리 요지였다. 일본 전문가들은 중요성을 크게 인식했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사기장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듬해 전남 강진의 고려청자요지, 부안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그럼에도 법기 요지는 명성을 얻기는커녕 존재감마저 미미했다. 반면 강진은 가마 복원과 청자 재현을 통해 매년 축제를 열고 청자박물관까지 세워 고려청자 발상지로서 세계적인 이름을 얻고 있었다.

1963년 강진, 부안과 함께
국가사적지 100호 지정
세계적인 이름 얻은 강진,
반면 양산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마을 사람들은 법기리 요지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지했다. 어떻게 하면 가마터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들은 방법을 모색했고 양산 하북면에 살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을 찾아갔다. 바로 2016년 9월 20일이었다. 15년 전부터 법기리 도요지를 인지하고 있던 신한균은 2005년 저서 ‘사기장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를 통해 요지의 발굴과 복원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듬해 그는 일본 노무라미술관 다니 아키라 관장을 초청해 일본 차사발의 원류가 법기도요라는 사실을 설파했고, 그로부터 발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계획이 무산되긴 했지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일본도 인정할 만큼 법기 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국제학술심포지엄
ⓒ 웅상뉴스(웅상신문)
↑↑ 신한균 사기장이 지난 8월 11일 창기마을에서 주민교육설명회를 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마을 주민과 신한균은 여러 번 논의 끝에 2017년 2월 20일 ‘법기도요지복원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신한균 사기장, 송영철 이장을 비롯 창기마을 주민 등 7명 참석, 시의원을 포함한 주민설명회 및 심포지엄 계획을 수립, 2017년 10월 23일 NPO법기도자(이사장 신한균)가 창립됐고 일본 국보급인 차사발을 만들어낸 법기리 요지를 발굴·복원해 양산 도자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회에 걸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면서 한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법기리 요지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 현재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심포지엄에는 정치권과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법기리 요지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대변했다.

지난 4월 동면 법기리 법기저수지 일대에서 열린 법기리 요지 사기장 추모 헌다제는 1607년 가마터가 폐쇄된 이후 412년 만이었다.

정유재란 이후 1603년,
차사발 일본으로 수출
양산 법기리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이라보다완’


조선 중기 임진왜란이 이후 1607년까지 최소 60년 내지 70년, 최대 100년 간 운영되다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법기리 요지. 어떻게 해서 차사발을 일본에 수출했을까.

우리나라는 1603년, 절영도(지금의 부산 영도)에 임시 왜관을 설치해 부분적 무역을 허락하고 1607년 일본과 본격적으로 수교했다. 기유조약을 맺고 부산포를 개항하고 본격적인 무역이 시작된 해는 1609년이었다.

일본은 특히 차사발을 원했다. 조선에 “조일 수교 전 자꾸만 일본이 부탁하여 양산의 산주에서 김해의 사기장에게 의뢰해 차보시기를 빚어 일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고 한다”(국사편찬위원회),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 조선사발의 수출창구는 부산의 왜관이었고 실무자는 조선은 동래부와 역관, 일본은 대마도주였다. 동래부에 속했던 지금의 양산 법기리에서 일본이 주문한 찻그릇이 제작되었다.

당시 가장 먼저 요구했던 차사발의 종류는 일본인들이 이라보라 부르는 양산약토사발이었다.
'이라보'란 이름의 유래는 일본 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한 시가집 '만엽집(萬葉集)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이라(伊羅)의 명칭은 쐐기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保)'는 이삭이 나오는 것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즉 거칠거칠한 이삭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차서로서 가장 오래된 만보전서에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아 안달이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당시 일본 차인들이 양산약토사발을 간절히 원했던 마음을 담겨져 있다.

신한균 사기장은 법기리 도요에서 가장 많이 만든 차사발은, ‘구기보리 이라보’로 철분이 많은 점토에 모래가 혼합된 독특한 태도를 사용했으며 굽 부분에서 허리에 걸친 칼자국 자리가 폭이 넓으면 구연부(차를 마실 때 입에 닿는 부분)처리가 획일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유정신을 추구하는 조선 사기장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굽 가장자리를 깎아 돌린 것은 차도구로서 중요한 볼거리이며 표면에서 느껴지는 까칠까칠함이 큰 특색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차사발을 잡을 때의 까칠한 느낌에서 이라보라는 호칭이 유래되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라보' 자체가 일본인이 지은 이름인 만큼 '주문양산사발'이라 부르고, 유약과 형태적 특성을 분석해 각각 '양산이중유사발', '양산약토사발', '양산거친아리랑굽사발' 등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외 법기 요지는 분청 인화문 양산 장흥고명 사발, 양산 흙날 사발, 양산 토미 사발, 양산 높은굽 사발 등 일본 건너간 조선 사발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차사발은 만들었다.

다니 아키라 일본 노무라미술관장의 말에 따르면 법기리 가마는 일본 다도가 확립되기 이전부터 혹은 이후에도 한반도에 살던 일반 민중이 사용하는 도자기를 생산해 온 가마인 ‘종래요’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법기리 요지에서 ‘고려다완’ 사금파리가 발견되면서 ‘종래요’와는 다른 형태 사발류를 생산한 ‘차용요’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용요’는 종래요 가마 일부 또는 전부를 일시적으로 빌려 일본 취향 사발류를 생산했던 가마를 뜻한다.

법기 요지
단계별 로드맵 나와
2023년까지 42억 원 들여 복원에 필요한
10만㎡의 부지를 매입


드디어 마을 주민들과 신한균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2018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업비 4000만 원을 들여 법기리 782번지 일대 2161㎡에 대해 지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곳이 한국도자사와 양산지역사, 한일관계사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시는 법기리 요지 복원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2017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100억 원을 들여 동면 법기리 782일대 10만㎡ 부지에 흩어져 있는 법기리 요지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42억 원을 들여 복원에 필요한 10만㎡의 부지를 매입하고, 2027년까지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 유물전시관 건립과 가마터·공방지 복원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문화재보호구역을 2161㎡에서 10만㎡로 확대하기 위한 정밀지표조사를 실시 중이고 정밀지표 조사가 완료되면 문화재 시굴조사와 함께 발굴조사도 실시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 매입한 부지에 1층 규모의 유물전시관 건립과 함께 흩어져 있는 가마터를 원형대로 복원하고,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과 문화재 탐방로, 안내판, 각종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표병호(더불어민주당·양산3)경남도의원은 도의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 “법기리 요지 복원은 양산시뿐만 아니라 경남도가 문화재청 허가와 국비 확보에 함께해야 한다. 체계적인 발굴·복원을 위해 경남도가 중심을 잡아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신한균 사기장은 “법기리 요지는 세계적인 가마터이다. 따라서 발굴 전부터 종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가야 한다.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시에 제시도 하고 학술대회나 헌다제 등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앞으로 법기에서 만든 차사발 공모전도 개최할 계획이다”며 “일본 전국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차사발을 우리나라에 가져오려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즉 사금파리 박물관을 만드는 것. 현품이 일본에 있으니까 그것을 3D로 잘 만들고 사금파리와 조화가 된 특화된 박물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시도와 의논하면서 진행,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양산 시민으로써 최대한 협력을 하겠다고 법기리 요지 복원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를 표명했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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