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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1/다시, 시월


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11월 12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평산동 음악공원 벤치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도심 속 작은 숲은 어느새 가을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여름날 그늘을 주던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들도.
언제나 청춘일 것처럼 시퍼렇게 생을 흔들던 저 나뭇잎들, 한 잎 쓸쓸한 낙엽이 되고 흙이 되고. 또 한 번의 계절은 아물지 않는 생채기 하나 쯤 안고 그렇게 가는 것이다.
밤마다 별들이 다녀가던 나뭇가지 우듬지에 찢어진 이파리를 깃발처럼 날리며 평온의 집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푸른 눈을 곱게 뜰 것이다.
어디 가고 오는 것이 세월뿐이랴. 시시각각 나고 죽는 우주만물의 염념생멸 (念念生滅) 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 계절엔 가고 오는 것들이 모두 쓸쓸하다작은 바람에도 지는 나뭇잎과 석류 알처럼 시린 하늘과 술 취한 발길에 휘청거리는 불빛이 다 그렇다.
무슨 노래를 부르는 건지 흥얼거리거나 한가롭게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 하나 둘 사라진 공원, 밤은 깊어가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다가와 쓸쓸한 옷깃을 세워준다.

공원의 벤치는 늘 비어 있다네 / 가끔씩 바람이 / 목마른 잎새들을 데려다 놓고 가거나 / 측백나무 사이를 빠져나온 달빛이 / 은빛 머플러를 날리며 / 광장을 질러가기도 하지만 / 그러니까 지금 /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네 / 포장마차, 횟집, 노래방 / 도심깊이 뿌리박은 삶의 도열들 / 그 불빛에 기대어 / 술잔은 느리게 춤추고 있다네 / 저녁음악회의 잔향마저 사라진 / 텅 빈 공원 / 도시는 차가운 네온의 숲에 안겨 / 잠원暫原에 드는데 / 밤늦은 술집에서 나온 여자가 / 자존심처럼 구겨놓고 간 / 종이컵 하나 / 나보다 먼저 취했는지 / 하얗게 구르고 있네 / 슬픔은 / 이방인의 술잔 속에서 / 그렇게 침잠하고 있을 뿐이네.
김백의 <다시, 시월> 전문

누구라도 평산동 먹자골목 오시거든, 그리고 술이라도 한 잔 하시거든, 꼭 한 번 음악공원 들러 보시라. 달빛이 배회하는 나무벤치에 앉아 한 번쯤 깊은 사색에 잠겨 보시라. 인디언 달력처럼 시월은 서늘하다. 서늘한 밤벤치에 앉아 시월보다 더 서늘한 가슴으로 센티멘털리즘에 푹 빠져 보시라.
마지막 잎새처럼 혼자라면 더욱 좋을 것이니, 차가운 벤치는 그대의 따스한 체온을 그리워 할 것이니.
↑↑ 김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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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뉴스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18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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