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에 대해/칡
김 재 희 산내들 산약초 고문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15일
혹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산과 들에는 왜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있을까? 경쟁력이 뛰어난 식물이 있다면 그 놈만 모든 자리를 독차지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환경에 따라 이런저런 면에서 제각기 뛰어난 놈들이 있어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를 어려운 말로 ‘생태학적 지위’라고 한다. 즉, 식물은 제 나름의 생태학적 지위를 가지고 다른 종들과 어울려 산다.
그런데 이에 벗어난, ‘숲의 무법자’로 불리는 식물이 있으니 바로 칡이다. 칡은 덩굴성으로 모든 식물을 감고 뒤덮는다. 예전 퇴촌에 살 때, 칡이 감긴 집 근처의 나무가 쓰러진 걸 본 적이 있다. 그 칡을 잘라내니 감긴 곳이 움푹하게 패여 있었다. 이 정도면 나무의 물과 영양분의 통로인 물관과 체관이 막혔을 것이다. 동물로 치면 질식해 죽은 셈이다. 그래서 많은 약초꾼들은 칡을 보면 가차 없이 낫으로 쳐버린다. 그래도 칡은 뿌리의 일부만 살아 있어도 엄청난 속도로 줄기를 다시 올린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은 좋은 약초이다. 게다가 칡뿌리는 독이 없기 때문에 뛰어난 약초라 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자기 나름대로 선호하는 약초들이 있다. 한의사들로 구성된 선인(仙人)협회의 회장을 지냈던 친한 분이 계시는데, 이 분은 칡을 가장 좋아한다. 몸이 찬 사람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만 않다면 장복을 해도 상관없다. 가장 흔한 방법이 즙을 짜서 먹는 것이고, 말려서 차처럼 달여 먹거나 아니면 술을 담아도 된다.
언젠가 이웃 분들과 함께 칡을 캐러 간 적이 있다. 저 쪽에서 한분이 열심히 캐는데, 뭔가 이상해서 가보았더니 등나무였다. 칡을 많이 캐본 분이라면 나무껍질만 보아도 금방 알아차리겠지만 초보자는 당연히 헷갈린다. 뭐,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런 게 부끄러우면 평생 뭘 배울 수가 없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칡은 왼쪽(시계 반대방향)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시계 방향)으로 감고 올라간다는 점이다.
‘갈등(葛藤)’이란 말도 이 특징에서 나왔다. ‘갈’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다.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감고 오르니 당연히 갈등이 생긴다.
칡은 흔히 암칡과 수칡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종자의 차이라기보다 자라는 환경에 의한 차이로 보인다. 암칡은 통통하고 쉽게 부러지며 그 단면을 보면 우윳빛이 난다. 칡을 씹어보면 대개 처음에는 쓴 맛이 나다가 뒤에 단 맛이 나지만 암칡은 단맛이 유독 많이 난다. 녹말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렇다. ‘갈분’이 칡에서 추출한 녹말 덩어리이다. 이것으로 국수나 수제비를 해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칡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간의 해독, 숙취에 좋다. 그리고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칡을 얇게 썰어 말려 놓으면 아이의 해열에 즉효를 볼 수 있다. 우리 집은 칡, 생강, 대추 그리고 진피(귤껍질을 말린 것)를 상비해두었다가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달여주곤 했으며 이웃집에서 종종 얻어가기도 했다. 그 연유에서인지, 내 아이들은 칡을 즐겨 씹어 먹었다.
한번은 서울의 ‘좋은 아빠들의 모임’에서 아빠와 아이가 짝을 이루어 단체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어른들이 칡을 캐고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저쪽에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가운데 내 아이가 칡을 뜯어 씹는 중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생뿌리를 먹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하, 서울 애들은 칡을 구경해 본 적도 없구나.’
장마가 지나고 나면 칡꽃이 피기 시작한다. 칡꽃은 꿀이 많고 특유의 향기를 풍기므로 꽃차나 발효액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그래서 우리 모임인 산내들 산야초에서도 칡꽃을 따러 갈 예정이다. 그 때에 회원의 아이들도 같이 데려가자고 해야겠다.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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