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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끌고 가는 힘

김서련 소설가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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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상뉴스

결국 글로 인생을 끌고 가야 하니까요."
얼마 전, 소설집을 낸 선배 작가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후배 작가가 한 말이다. 결혼도 안하고 취직도 안하고 오로지 글만 쓰고 있는 친구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잘 지내라고 보낸 문자에 대한 답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을 끌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수면 위로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 은빛으로 빛난다. 정오의 햇살이 떨어지고 있는 거리 모습이 환하고 투명하다. 가을빛인가. 어느새 가을이 성큼 옆에 와 있다. 일하다가 말고 틈틈이 카페 유리창 너머 거리를 바라본다. 오래 전 여름, 지리산 폐교에서 반짝거리던 은행잎이 눈앞에 떠오른다. 여름소설학교였고 딸과 함께 참석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 유치원생이던 딸이 지금 이십 대 초반이고 취업 공부를 하고 있다.
'엄마, 부탁해요.' '엄마' 드라마를 떠올린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우리 시대에 바람직한 엄마의 상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처럼 한 가정을 이끌고 가는 것은 엄마다. 대부분의 아버지는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오느라 세심하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해 줄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 따라서 가정을 건사하는 일은 대부분 엄마의 손에 달렸다.
한데 나는 엄마이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좋은 엄마가 되고자 늘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지 않았지만 공부할 분위기를 전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잘 챙겨 먹이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만한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요리를 제대로 해준 적 없다. 그런저런 미세한 삶의 행복을 놓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에 꽂히면 주위에 눈을 돌리지 않는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그럴까.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남편은 가끔 취업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두고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하고 나한테 투덜거린다. 그때마다 나는 "나름 생각이 있겠지. 그냥 두고 보자"고 말문을 막는다. 아이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모든 부모의 바람이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얼마 전, 아들과, 아들 친구, 딸과 저녁을 먹었다. 명목은 다들 취직 공부하느라 고생하니까 한 턱 쏜다는 것이지만 내심은 따로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탐색하고 안 될 것 같으면 때려치우고 딴 길을 찾아보라고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몇 마디 하자마자 내 말은 그들의 인생에 관여하는 잔소리로 규정되었고 나는 괜히 분위기 깰까봐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들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영화도 보고 팥빙수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애잔했다.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했다. 저렇게 웃고 떠들고 있지만 내심 얼마나 불안할까. 각각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이끌고 갈까.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복병들을 만나 부딪치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겠지. 그때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할 텐데.
스스로의 인생을 끌고 가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오는 것인가.
벌써 9월 중순이다. 농부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로 풍성한 가을이다. 예로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농산물이 결실을 맺은 가을이 고맙다는 말이다. 일 년 동안 농부들은 오로지 결실을 잘 맺겠다는 일념 하나로 농사를 짓는다. 우리 인생도 잘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성껏 가꾸면 나중에 풍성한 열매를 맺지 않을까.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 세상에 내던져진 아들과 딸들.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무엇일까.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서 원하는 결실을 맺고 그런 결실을 맺게 해 준 세상에 감사하며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루 세 끼 잘 챙겨 먹이는 것 이외 달리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인생은 스스로 끌고 가는 것.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힘을 내서 인생을 잘 끌고 가길 바랄 뿐이다.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5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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