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산책>'고령화 가족'/피보다 진한 건 의리였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5월 10일
 |  | | ⓒ 웅상뉴스 |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나온 가족은 비밀이 많았다. 그리고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었다. 영화 데뷔작에 실패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엉망이 된 인모(박해일)은 몇 달 동안 방안에서 칩거하다가 마침내 목을 매는데, 바로 그 순간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담벼락에 꽃이 활짝 피웠다면서, 닭죽을 먹으러 집에 오라는 엄마의 전화다. 그 전화가 인모를 살린다. 집에는 교도소에서 출감한 큰아들 한모(윤제문)이 더부살이 중이다. 둘은 만나자마자 엉켜 붙는다. 그 와중에 남편에게 얻어맞고 이혼을 결심한 미연(공효진)이 딸 민경을 데리고 들어온다. 미연은 벌써 두 번이나 결혼하고 이혼한 전력이 있다. 비구니처럼 살겠다는 미연은 얼마 되지 않아 남자 친구를 사귀고, 인모는 한모가 좋아하는 미용실 여자를 데리고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강제로 덮치려는 인모의 뺨을 후려 친 미용실 여자는 사랑이 없는 관계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랑은 젊었을 때 아직 할 일이 많을 때 하는 거라고 인모가 말한다. 엄마는 집에서 건들거리면서 놀고 있는 아들 둘과 미연, 그리고 되바라진 민경을 위해 매일 삼겹살을 굽는다.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쓴다. 그런 엄마의 사랑이 결국은 당장이라도 와해되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이들 가족을 구원한다. 한모는 미용실 여자를 생각하면서 민경의 팬티를 뒤집어쓰고 자위행위를 하고 그 장면을 본 인모가 난리를 피운다. 비난을 받고 있는 한모를 감싼 건 엄마다. 팬티가 자기 것이라고 한다. 민경 또한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일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난다. 큰 아들 한모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자식이었고 미연의 친 아버지는 따로 있다. 그리고 인모는 늙은 남자한테 몸을 주고 삼겹살을 얻어온 엄마의 비밀을 폭로한다. 엄마는 이 모든 일들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런 엄마의 사랑은 담벼락에 핀 들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한 사건으로 이들 가족이 똘똘 뭉쳤다. 가출한 민경이 실종된 것이었다. 한모는 바지 사장이 되면 교도소에 들어갈 것을 각오하고 조직에게 부탁해서 민경을 찾아낸다. 민경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조직의 속셈을 알고 돈을 빼돌리고 그 댓가로 한쪽 다리를 잃는다. 이 일로 인모의 비밀이 드러난다. 아내의 불륜 상대를 팬 인모 대신 한모가 대신 교도소에 들어갔고 그 일로 한모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콩가루가 되어 산산이 흩어질 것 같은 가족은 나름대로 모두들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불구가 된 한모는 미용실 여자와 오순도순 살아가고 인모는 포르노 영화를 만들고 민경은 춤을 배우고 엄마는 옛날 남자와 함께 산다. 담벼락에 핀 들꽃처럼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살아간다. 비틀거리지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바로 엄마였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면 그게 가족이지 뭐 별게 있냐는 엄마의 사랑이고 의리였다. |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3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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