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나의 이야기>/3월, 회야강을 걸으면서..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11일
 |  | | ⓒ 웅상뉴스 | 저녁 무렵, 하루 일정을 마치고 회야강을 걷는다. 강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고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은 부드럽다. 강줄기를 따라 쭉 뻗은 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하고도 며칠이 지났다.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올해는 꼭 할 일이 있었고 그 일에 대한 설레임으로 들떠 있었는데, 별로 한 것도 없이 2013년의 사분의 삼이 지나가고 있다. 매일매일 무슨 일엔가 떠밀려 가다보니 수첩에 적어 놓은 계획을 실천하는데 많은 차질이 생기고 있다. 수첩의 달력에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할 목표들이 적혀 있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명색이 작가인 만큼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수첩에 일일이 기록하면서 또 한편 내 정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정신에서 발효시킨 시간의 산물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갈망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일상적인 시간과 정신적인 시간을 잘 조화시키려고 애를 쓴다.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두 개의 시간을 잘 극복해야 한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도 늘 수면 위로 팍,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은빛 비늘처럼 영롱한 순간을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 일상에 너무 매몰되었다 싶으면 그런 깨달음을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나거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들. 일상적인 시간과 심리적인 시간에 대해서는 모두들 경험에서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고, 새로운 상황에 뛰어들어 똑같은 시간이라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만큼 시간이 더디게 간다. 그리고 그 일에 몰두하면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뒤돌아보면 볼수록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었다. 그렇다면 우린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2013년. 우리에게 주어진 1년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순조로운 건 아니다. 영화 ‘스토커’에서 나오는 노랫말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한 인생은 없다. 좋은 일이 있다 싶으면 나쁜 일이 곧 뒤따른다. ‘희노애락’이란 단어가 있다. 왜 이런 말이 생겼겠는가.
옅은 어둠으로 채색되어 가는 길을 바라본다. 인생은 저 길처럼 쭉 뻗어 있는 게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복병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가슴 설레는 행복한 날도 있을 것이고 당장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스런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것 또한 인생이니, 참고 견디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얼마 전,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한때 잘 살던 친구였다. 어떻게 살고 있냐는 내 물음에, 단칸방에서 네 가족이 함께 살며, 지인은 마트에서 일하고 남편은 막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다시 제2의 인생을 사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말하는 그 친구의 음성에는 어떤 생기 같은 게 뿜어져 나왔다. 그랬다. 상황이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 것이었다. 지인은 힘든 순간을 넘기면서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김서련/소설가 |
웅상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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