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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동을 걷다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08일
덕계사거리 부근에서 취재를 끝내고 무작정 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부산은행과 초등학교를 지나자 덕계다리가 나타난다. 잠깐 서서 다리 밑을 바라본다. 마을 서쪽 평산 2차 소류지에서 발원한 소하천에서 흐르는 물과 장흥 저수지로부터 내려온 물이 합류한 회야강이 길게 누워 있고 강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길에는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다. 개를 산책 시키는 사람도 있고 대여섯 명 모여서 수다를 떠는 여자들도 보인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평산사거리를 지나 곧 만나는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도로를 따라 직진한다. 신축 중인 건물을 지나 우리 은행을 지나 평산농협 사거리를 지난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다시 거리를 걷는다.
평산동이다. 아리개(阿里改)라 불려오다가 아리마을이 화재로 소실되고, 그 뒤 평평한 곳에 형성된 마을인 평상동. 이름 그대로 지대가 평평하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와 기업체, 신축 건물, 음식점과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데도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건물과 건물 사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텃밭으로 사용되고 있거나 마른 잡초들이 자라고 있는, 놀고 있는 땅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마을 앞쪽으로는 회양강이 흐르고 있고 바로 뒤쪽은 장엄한 천성산이 있고 저 멀리 에이원CC골프장이 보이는, 해발 172미터 지점에 위치한 탓인지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수려하고 얼굴에 와 닿는 공기도 쾌적하다.
정말 풍광 하나는 끝내주죠. 그런데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접근성이 떨어져요. 한때 평산동으로 사람들이 몰렸으나 지금은 대부분 정관이나 부산으로 빠지고 있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던, 얼마 전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다가 들었던 음식점 주인의 말이 귓전에서 맴돈다.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나는 언젠가 읽었던 글을 떠올렸다. 평산동에서 발견 된 취락 유적에 관한 글이었다. 1996년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조사하여 발견한 것은 목탄층, 주거지 24기, 환호, 토광묘 등이었다. 주거지 중심으로 그 외곽에 환호를 설치하여 방어 시설을 갖추고 있고 주거지는 평면형이 원형과 방형이었다. 또한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무문 토기편과 점판암으로 만든 마제석부, 삼한 시대의 유물인 와질 토기, 화로형 토기, 회청색 경질 토기, 적갈색 연질 토기, 옹기, 원판형 석제 방추차 등도 발견되었고. 그 유적을 택지 조성을 위해 모두 제거했다고 했던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취락 유적이 어디쯤 있었는지 가늠해본다. 그리고 빈 땅에 들어선 번듯한 건물들을 상상해본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극 공연하는 거리를 상상해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유적을 보러오는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자연과 건물과 유적이 잘 어우러진 평상동을 상상해본다. 차분하면서도 활기찬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리마다 넘쳐나지 않을까.
김경희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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